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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환자, 치료 후 이렇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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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최세훈 교수]

암환자가 수술, 항암치료하고 나서 어떻게 잘 지내느냐. 이것이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환자는 암 수술하고 나서 보니까 1기고 완치율이 높은데 외래에 올 때마다 표정이 안 좋아요. 제가 아주 애써서 수술한 이유는 암을 완치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아주 건강하게 활동하며 살기를 바라면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한 지 2~3년 돼서 아무 문제 없어도 CT 찍고 나서 재발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외래에 올 때마다 시험 보는 것 같고 식욕도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정기 검진을 하거든요. 수술한 지 5년 동안은 1년에 2번, 6개월 마다, 5년 이후에도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저선량 CT를 찍어서 검진을 하라고 추천하고 있는데, 재발 할 지 안 할 지 모릅니다. 우리가 수술하고 나서 아무리 1기여도 재발률이 15% 정도로 낮다고 해도 재발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60%가 재발한다고 해도 재발 안 하고 완치돼서 잘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른다는 말입니다.

재발하면 어떡하나 등이 조금 아프면 재발한 것이 아닌가 이러지 마시고, 정기적으로 CT를 찍으면서 재발하지 않았으면 나는 괜찮구나. 또 몇 개월 동안 마음의 걱정을 놓고 잘 지내면 되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CT를 불안하라고 찍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걱정을 놓으라고 찍는 것입니다.

외래에 오는 환자 중에 이런 환자가 있었습니다. 수술하고 1년 정도 만에 재발해서 제 외래로 다시 왔습니다. 보니까 양쪽 폐에 조그만한 결절이 있어서 재발은 맞았습니다. 3mm, 5mm짜리 크기의 작은 결절들이 있었습니다. 환자가 외래에 올 때는 폐암인데 재발했는데 나는 큰일났다 아주 절망에 차서 외래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쭤봤죠. 몸에 이상을 느끼는 것이 있냐고 여쭤봤죠. “몸은 아무 이상 없다”는 거예요. 3mm, 5mm는 몸에 이상이 없다, 앞으로 한참 동안 없을 것이다. 결국에는 자라게 되겠죠, 자라게 되는데 항암치료 약제 몇 가지가 아주 잘 듣는 약제가 있다. 설령 커져 가지고 몸을 힘들게 할 때가 되면 그 약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개는 크기가 줄거든요.

짧게는 1~2년 아니면 더 짧을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 년간을 아무 이상 없이 지내게 만들 수가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앞으로 증상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한참 더 있으니까 나가셔서 시간을 잘 보내시고 할 것 다 하시라고 말씀드리면, 외래에 들어올 때는 아주 괴로움에 차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빨리 나가세요. 할 일이 많으니까 빨리 나가십니다. 우리가 CT를 정기적으로 찍는 이유는 마음의 준비도 하고 또 좋은 시간 보내고, 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입니다, 미리 알려주는 거예요. 빨리 발견하면 무엇이라도 방법이 있습니다.

폐암 수술하고 나서도 담배를 안 끊는 분이 있어요. 안 믿어지시겠지만 정말로 있어요. 담배는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이 병을 가져온 것이 담배인데 이 병으로 고생을 하고 수술도 하고 가족이 다 걱정하고 본인도 힘들고 했는데 그러고 나서도 담배를 피는 분들은, 그것은 정말로 안 돼요.

그리고 운동은 하셔야죠. 같은 폐 기능이어도 몸에 근육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따라서 낮은 등산을 하는 것도 몸에 근육이 잘 보존되어 있으면 쉽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근육이 없으면 아주 힘들게 올라가고 숨이 차고 하죠. 같은 폐 기능이어도 활동량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근육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저한테 자주 물어보시는 것이 있습니다. 편백나무 숲이 좋다던데 거기에 들어가야 되지 않느냐. 공기 좋은데 가서 살면 낫지 않느냐 이런 것을 물어보시거든요. 공기 좋은 곳에 가면 외롭습니다. 어떤 분들은 공기 좋은 곳을 찾아서 혼자 들어가서 외롭고, 외로우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면서 원망하는 마음이 들고 그러면 안 가느니만 못 합니다.

또 안 좋은 것이 무엇이냐면 병원에 오기가 힘들어집니다. 몸에 증상이 있거나 그러면 자꾸 병원에 와야 되거든요. 폐렴의 초기 증상이나 열이 나거나 그러면 또 와서 확인해야 되거든요. 버스가 하루에 네 번 오는데 그런 곳에 가고 그러면 안 오게 되거든요. 그러면 저는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들어가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 아버지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제 친한 친구 아버지가 폐암 수술을 받고 나서 재발해서 요양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온 가족이 갔다는 거예요. 아버지가 부산 분이시고 롯데 자이언츠 야구팀의 팬이셨는데 TV에서 야구 경기가 나오고 롯데 자이언츠가 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8회~9회 때 갑자기 역전하면서, 와! 소리치면서 온 가족이 신나서 응원하면서 그랬던 그 기억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이 위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기억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거예요. 암이 재발하고 괴롭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있거든요. 마음을 위로하고 마음이 충만해지는 그런 추억, 기억, 경험을 만들어야 될 책임이 있는 거예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일지 몰라요. 모르기 때문에 지금 만들어야 됩니다.

흉부외과에는 대동맥이나 심장을 전공으로 하는 동료들이 다 있는데, 대동맥의 어떤 질환들은 사고가 나면 급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도 많아요. 그러면 나중에 가족들이 잘 가라는 인사도 못 했다는 거죠. 그게 엄청 한으로 남는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적어도 우리는 수술하고 나서 꾸준히 검진하면 그럴 시간이 충분히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도 시간을 값지게 보내야 되지만 암을 겪었던 분들은 인생을 더 값지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 보내야 될 의무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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