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월 ○일, 제 삶은 중대한 기로에 놓였습니다.
나이 마흔에 간내 담도암, 외래진료 날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수술대에서 깨어난 뒤 들었던 '수술이 교과서대로 잘 진행되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수술 중 어떠한 예외적인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좋은 말씀이었는데, 그때는 면피성 고지인 줄로 착각했지요.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던 날, 직접 오셔서 차분하게 기수와 예후를 설명해 주시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유난히 말씀을 잘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질문이 많았던 저를 위해 직접 펍메드를 검색해 논문까지 찾아주시며 말씀해 주셨죠.
3년까지 재발률이 포물선처럼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며, 당시엔 사실 너무도 무서웠어요.
나중에 이해성 전문간호사님께서 설명해 주셔서 알았지요.
교수님께서는 객관적인 숫자만 말씀하셨지만, 실은 희망을 말씀하셨다는 것을요.
그리고 두 달 뒤 집에서 TV로 EBS 명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출연하신 교수님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이제 2년이 지나갑니다. 2년 전 그날 교수님께서 저를 붙들고 애써주신 6시간 넘는 그 시간에 기대어 저는 재발 징후 없이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아내도, 아들도, 제가 건재한 행복한 가정에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끔하게 수술해 주신 간에 아픈 세포들이 다시 자라나지 않도록, 건강하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오래오래 지나도록 행복하게 살며 평생 감사하겠습니다.
칭찬 코너를 이제야 발견한 송구한 마음을 담다 보니, 마치 다시 안 뵐 것처럼 썼네요.
다음 외래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