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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일상에 귀 기울인 치료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환자의 일상에 귀 기울인 치료 -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2015년 서울아산병원에 왔을 때 크게 놀랐다. 거의 만나 본 적 없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는 듯했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방침과 임상 연구, 교육 프로그램도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었다. 전임의 때 위에서 대장으로 전공을 바꾼 이후, 서울아산병원에 오면서 염증성 대장·소장 질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른 질환에 비해 평소 식단이나 생활 습관, 임신, 출산 등 챙겨야 할 요소가 많은 질환이어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지식과 경험으로 환자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고 이제는 저만의 노하우가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이해와 공감의 시작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되면 그의 자리는 항상 붐볐다.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고 제법 잘해서 친구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초보 공중보건의들이 일차 진료를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학술대회를 직접 기획했다. 그리고 밤을 새우며 500장에 달하는 자료를 준비해 만성질환 보수교육을 펼쳤다. 현장의 호응과 함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까지 받은 경험은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공의 때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다짐하는 계기가 있었다. 건강검진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은 것이다. 6개월간 10알이 넘는 결핵약을 매일 삼키며 일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일단 약을 먹어보자’라는 선배 의사의 말이 힘겹게 느껴졌다. “흔한 표현이나 농담조차 환자에겐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쉽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의사가 되기로 다짐했죠.”

다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서울아산병원 조교수에 임용된 지 1년 만에 고객칭찬 최우수 직원으로 뽑힌 것이다. 칭찬 카드에는 ‘편안하게 설명을 잘해준다’라는 이유가 많았다. 진료 전날 차트를 보며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어떤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이해하기 좋은지 시뮬레이션해보는 노력이 통한 것 같아 뿌듯했다. “환자들이 준비한 질문에 제가 만족할만한 답을 던지면 표정에서 드러납니다. ‘원하는 걸 얻었구나!’ 그러면 저 역시 진료가 만족스럽죠.”

 

감정의 끈

염증성 장질환은 생활 패턴이나 습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 의사가 관여할 여지가 많다. 황성욱 교수는 치료 경험과 노하우가 쌓일수록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조금씩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염증성 장질환은 대개 어릴 때 발병해 평생 간다. 그의 환자 중 상당수가 20대다. 건강에 소홀하기 쉬운 때여서 환자의 상황과 특성을 빼곡히 메모해 둔다. 20대 아들의 진료에 늘 동행해 ‘우리 아들 잘 부탁드립니다’라던 어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이유를 물었다. 암으로 사망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경우 환자가 병원에 오기 힘들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트레스 관리와 생활 습관이 무너지기 쉬웠다. 학업과 취직, 결혼 계획 등 환자의 개인적인 상황을 나누고 진료 일정과 처방 계획을 함께 세우며 감정의 끈을 이어갔다.

환자는 심정적인 어려움 속에도 열심히 치료받으며 자기 인생을 가꿔갔다. “그 환자를 통해 환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비로소 염증성 장질환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유대감과 신뢰를 꾸준히 쌓지 않으면 환자는 어느 순간 보이지 않습니다. 나중에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을 때 다시 나타나죠. 그래서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저를 보러 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는 경상도에서 형제만 둘인 집에서 자라서 누구보다 무뚝뚝해요. 하지만 치료의 일부분이자 치료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확인한 이상 최선을 다해 환자들의 일상에 귀를 기울여야죠.”

 

인생의 단계를 함께 밟으며

항암치료 후 위장관 곳곳에 궤양이 생긴 환자가 여러 과를 전전한 끝에 그를 찾아왔다. 항암제에 의한 염증성 장질환이었다. 장기간 입원과 수술, 중환자 치료를 반복하던 환자가 “곧 태어날 손자는 만나보고 싶은데…”라고 넋두리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꼭 만날 수 있게 해드릴게요.’ 황 부교수는 마음속으로 약속하며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 무사히 쾌차한 환자는 외래에서 만날 때마다 손주의 소식을 들려주곤 한다. 항암제에 의한 대장염은 황성욱 교수의 최근 관심분야기도 하다. “임상 스케줄이 바빠 연구의 진척이 더디지만 환자들을 만나면 대장·소장의 염증 질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지속적으로 좋지 않던 크론병 환자가 무사히 출산했다는 연락을 해왔다. 기쁜 마음에 분만 당일 병실로 달려갔다. 축하 인사와 함께 출산 후 주의사항을 챙겼다. 인생의 단계를 하나씩 씩씩하게 밟아가는 환자들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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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욱

의사
진료과 소화기내과,소화기내시경센터,염증성장질환센터,대장암센터
전문분야 염증성 장질환,대장·소장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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