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칼럼
[정신건강칼럼 5월] 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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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심리수련생 윤성연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가족교육을 진행하면서 입원환자 분들의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 일이 많습니다. 부모가 내 부모가 아니라는 망상으로 입원한 16세 환자의 보호자인 A씨는 가족교육 내내 눈물을 보이며, 부모가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으로 잠 한숨 못 자고 2개월만에 5kg가 빠질 만큼 식욕도 없고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하였습니다. 필자가 A씨의 정신과적 진료와 치료, 상담을 권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아이에게 마음의 병이 생긴 건데, 제가 치료받고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내 아이가 아픈데 안 우울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괜찮아요, 내 아이가 괜찮아지면 저는 무조건 괜찮아져요”
조현병이 3차례 재발을 한 36세 환자의 보호자인 B씨는 환자가 공공장소에서 혼잣말을 하며 기이한 행동을 보일 때,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고 “엄마도 이제 너 때문에 너무 힘들어…, 너 때문에 엄마가 죽고 싶어도 못 죽는다”, “동네 창피하게 왜 그러는 거냐”며 때리기도 하였다고 보고했습니다. 가족교육 시에 보호자의 무력감, 절망감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 남의 이목을 신경 쓰며 환자에게 수치심을 전달하는 나쁜 대화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였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너무 힘들고 속상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간다며, 자책과 낙담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족이 건강문제로 입원을 하게 되면 보호자들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부담감을 경험하면서 무력감, 쇠약감, 분노감 등의 스트레스가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정신건강의 문제로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는 ‘내가 내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부가되는 경우가 많아보입니다. 그러나 환자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서 보호자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A씨처럼 자신은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을 나약하다고 생각하거나 환자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자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B씨처럼 너무 지쳐서 자신의 부적감정을 환자에게 돌려주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환자를 도와주려고 할 때, 보호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보호자 스스로 자신의 심리상태를 살피지 않는 것은 장기적으로 환자 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저하시켜 환자를 위한 질적 간호와 건강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상담치료가 권유됩니다. 보호자 자신의 무력감이나 좌절감, 분노감, 죄책감 등의 내면의 심리적 어려움을 다룸으로써 정신적인 어려움을 덜어내는데 망설이지 마세요. 자신의 콤플렉스나 정신병리, 대인 관계 문제 등을 발견하고 환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룸으로써 변화된 보호자의 행동양식이 장기적으로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