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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5월] 일기 한 번 써 볼까요?

일기 한 번 써 볼까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신동준

 

 

  우리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가?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살고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몇몇 대화를 나누며 일을 하고 밥을 먹는다. 퇴근해서는 피곤한 몸으로 집안일을 하고 잠을 잘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지루하고 평범하며, 때로는 버겁고 걱정도 많은 일상이다.

 

  우리가 일상을 ‘일상’이라고 부르며 폄하하는 것은 그것을 평범하고 획일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변화나 스펙타클 없이 일상은 그저 반복된다. 일상은 권태롭게 느껴지고 우리는 무기력하다. 일상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나는 마치 일상에 덫에 갇혀버린 한 마리 양처럼 체념하고 순응하면서 살고 있다.

 

  이 때 공책을 사서 일기를 한 번 써보자. 그 어떤 주제여도 좋다. 그 날 있었던 소소하고 별다를 바 없는 일들을 써 내려가자. 만약 어느 날에는 정말 쓸 것이 없어 보인다면, “오늘은 전혀 쓸 것이 없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도 좋다. 우리가 일기를 쓰는 습관을 쉽게 만들 수 없는 이유는, 일기마저 거창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 실상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듯이, 일기도 보잘것없어도 괜찮다. 지친 몸으로 일기장을 펼쳐서 그저 무언가를 써보자. 희망 찬 내용, 다짐, 선언이나 가치 판단과 같은 허위들은 일단 제쳐 두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옮겨보자.

 

  그렇게 일기 쓰는 습관이 들면,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단순히 반복되는 것 같던 하루하루의 생활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하루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자칫 모르고 지나칠 만한 사실과 감정들을 기억 속에서 붙잡아야 한다. 망각 속으로 사라져 차곡차곡 마음 속에 쌓일 감정의 찌꺼기들이 내 손 앞에서 되살아난다. 지루하고 밋밋하게 흘러가던 하루가 사실은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색깔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일상이 평범하고 반복되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은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다. 그러나 머릿속의 관념이 글씨와 문장을 통해 실체화되면 어제와 오늘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먹은 밥의 종류가 다르고 만난 사람이 다르다. 날씨가 다르고 그 날의 기분이 다르다. 심지어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과 쓰여진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기를 쓰기 전에 떠올랐던 생각들과는 다르게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손을 쳐다보라.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손처럼 저절로, 내 얄팍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일기를 쓰면서 우리는 일상들이 스스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방황하고 고민하고 애쓰는 중에 삶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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