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래그신드롬 (Jet Lag Syndrome)?
최근 여름 방학이나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에 가서나 돌아온 뒤 ‘시차 적응이 안 돼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시차 적응 문제는 항공수단의 발달, 해외여행의 대중화로 비행사나 항공 승무원들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여행을하는 여행자들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제트래그신드롬’, 우리말로 ‘시차증’이라고 하며, 갑자기 다른 시간대를 생활하게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증상들을 말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밤낮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쉽게 짜증이 난다’ ‘기운이 없다.’ ‘집중이 잘 안 돼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갑자기 집 전화번호가 기억이 안난다.’ 등의 다양한 불편을 이야기하고 있고, 일설에는 이럴 때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수면제를 복용해야 한다.’ ‘잘 먹고 운동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정작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힘들게 며칠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차증의 원인과 증상들에 대해 그리고 올바른 적응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원인과 증상
시차증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빠른 비행으로 우리 몸이 시간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시간대를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서 수면 일주기의 리듬은 약 24시간 정도로 흘러가고, 매일 빛과 어둠 그리고 다른 환경적 시간 신호를 이용하여 일정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합니다. 시간대를 빨리 통과하는 것을 하루를 빨리 단축하거나 연장하여, 도착지의 새로운 빛/어둠의 일정이 더해집니다. 이 때문에 우리 내부의 수면/각성 리듬과 외부 환경과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면/각성 리듬은 새로운 시간대에 적응할 수 있지만,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며, 대개 하루에 1~2시간 정도 적응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뉴욕으로 날아갈 때 여러 시간대를 지나 약 13시간의 차이를 가지는데 목적지인 뉴욕에서는 오전 9시이지만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오후 10시로 생각하게 됩니다. 아침 햇살은 일어나 생활하도록 지시하지만, 생체시계와 수면 없이 지낸 많은 시간이 침대로 가서 자라고 지시합니다.
일주기 리듬이 새로운 빛과 어둠의 변화로 적응하는 동안 잠이 드는 데 어려움이 따르며, 일단 깨어나면 우리 내부 시계는 자야 할 시간이라고 이야기하여 깨어있기 어렵게 만듭니다.
흔한 증상으로 주간 졸림, 불면, 한밤중에 깨는 것, 두통, 집중력 장애, 판단력 손상, 수행기능의 저하 등이 있으며 그 증상의 정도는 시간대 변화량이나 방향, 개인 일주기의 융통성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6시간 이상의 변동이 있을 때, 그리고 일출, 일몰 시간이 앞당겨 지는 방향 즉,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경우 증상이 더 심합니다.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이 24시간보다 약간 더 긴데 평소보다 더 긴 하루에 적응하는 것보다 짧은 하루에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일주기 리듬의 적응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시차증에 더 취약합니다.
시차증을 최소화하는 방법
단기 여행에서는 시간대 이동을 자제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의 단기 여행이라면 살던 곳의 수면/각성 스케쥴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고향 시간으로 시계를 맞춰놓고, 자고, 일어나고, 식사하는 것입니다. 일주기 시간을 밀어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착하기 전에 바꾼다
이틀 이상의 여행에서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출발하기 전에 시간을 바꾸는 것입니다. 비행 하루 이틀 전, 도착지의 시간과 비슷하게 취침, 식사 시간을 이동시킵니다. 예를 들어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행하는 경우, 출발 전 하루에 한 두 시간씩 늦게 자고 일어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도착 시 가능한 한 빨리 바꾼다
도착하게 되면 평소 자는 시간에 자고 싶은 유혹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보다 추가로 몇 시간 동안 못 자고 버티거나 말도 안 되는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고 해도, 새로운 시간대에 맞춰 식사하고, 자고,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전략적인 낮잠을 잔다
낮에 너무 피곤하면 20분에서 30분가량 낮잠을 자는 것은 좋습니다. 이를 통해 각성을 유지하고 취침시간까지 깨어있도록 합니다. 긴 낮잠과 초저녁잠은 시차증을 연장하므로 피하도록 합니다.
태양을 유리하게 사용한다
빛이 일주기 시간을 재세팅하는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여행 첫째 또는 둘째 날, 우리 몸의 내부 시계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가능한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음료를 주의한다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다량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신체적 증상을 악화시키고 수면을 방해하는 카페인과 술은 피하도록 합니다.
좋은 수면 위생을 습관화한다
수면 시에는 창문 커튼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어둡게 만들고, 소리를 막기 위해 귀마개를 이용합니다. 주간에는 조깅, 빠른 속도로 걷기, 또는 호텔 수영장에서의 수영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수면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는 여행 첫 며칠간의 단기간 불면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이 새 시간대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도착지의 정규 기상 시간을 지나서 잠을 자게 되면 시차증을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득이 결점을 능가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처방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문헌 : The Harvard Medical School Guide to a Good Night’s Sleep (수면건강과 수면장애), Lawrence J. Epstein 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정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