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야기
이병주 소아안과 교수 - 고민하고 공감하며 답을 찾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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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불편하시죠?”
대화에서 출발하는 치료
예전에 나간 아프리카 해외진료 봉사에서 20대 여성의 사시 수술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환자는 어려서부터 외관상 심한 사시였지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다. 수술 후 크게 만족한 환자는 이제 취직도, 결혼도 할 수 있겠다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주관적인 ‘미’를 다루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경험이었어요. 객관적으로 눈의 위치를 바로잡는 건 삶을 향상하고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인 거죠.”
종종 환자의 기대가 치료 한계에 부딪히거나 의료진의 치료 목표와 다를 때가 있다. 이 교수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차이를 좁혀 나간다. “환자가 원하는 바와 생활 패턴 등을 먼저 파악합니다. 그 후에 질환 특징과 치료 방법을 설명하면서 더 좋은 선택을 함께 찾아가죠.” 수술이 결정되면 수술 양이나 방법을 놓고 이 교수는 혼자만의 고민을 거듭한다. 수술 직전에야 최종 결정을 내릴 때도 많다.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격은 스스로 꼽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처음 수술하는 분들의 경우엔 결정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재발하면서 복잡한 조건이 많아진 환자에겐 치료의 제한점도 많아지거든요. 최선의 다음 스텝을 만들어야 하기에 고민이 길어지는 거죠. 그게 서울아산병원의 역할이고요. 그리고 끝까지 고민한 결정은 후회도 남지 않더라고요.”
연구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마음
최근에는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치료법이나 예방법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비침습적인 치료법으로, 신경과 강동화 교수와 사시 환자들에게 두 눈을 함께 쓰는 능력을 키워줄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게 되었다. 또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이다. 소아안과에서의 활용 방안과 어떤 환자에게 더 유용할지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나갈 계획이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이 교수는 ‘이제 저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을 고대하며 환자들과 만난다.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이라면 눈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해 미궁에 빠진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필요한 진료과로 연결할 때를 꼽았다. “이미 다른 데서 여러 진료를 받으셨거나 몸이 많이 불편하신 환자분들이 저와 만날 때만큼은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편안하게 느껴지는 의사가 되도록 더욱 잘 듣고 공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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