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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심장병 환자의 건강한 여행 가이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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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환자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까 심장병 환자의 ‘안전한 휴가’ 전략
여행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 왔지만,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은 여행 전부터 걱정이 많다. 장거리 여행을 해도 되는지, 비행기를 타도되는지, 여행지에서 레저 활동을 즐겨도 되는지 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수의 환자에게 장거리 여행은 ‘금지’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 질환의 스펙트럼이 넓고 개별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행 가능 여부는 최근 환자 상태의 안정성, 동반 질환, 예정된 여정의 강도와 환경을 종합해 판단한다.
비행 자체가 심장에 치명적이라는 통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상용 여객기 객실은 해발 약 2,000m 안팎의 기압과 산소 조건으로 유지되지만, 대다수의 임상적으로 안정된 환자에게 이 정도의 저산소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는 범위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최근 흉통이 잦아졌거나 호흡곤란과 부종이 악화된 심부전 환자, 맥박이 규칙적으로 잡히지 않는 부정맥 환자,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이후 회복이 덜 된 환자다. 이들은 항공여행을 미루고 치료와 상태 안정화를 우선해야 한다. 관상동맥 중재술이나 관상동맥 우회술을 방금 마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합병증 없이 시술과 회복이 순조로웠다면 비교적 빠른 시점에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나, 흉통 재발이나 심기능 저하 같은 위험 신호가 있다면 여행을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
부정맥과 이식형 심박동기를 가진 환자들은 비행 전 걱정이 많지만, 실제로는 준비 절차를 갖추면 장거리 비행이 널리 허용된다. 심박동기나 제세동기 같은 심장 전기장치가 기내 전자기 환경에서 오작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 휴대용 금속탐지기에 기기를 오래 밀착하는 행위는 피하고, 기기 보유를 증명하는 영문 카드나 소견서를 제시해 수동 검색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하다. 기기 삽입 직후라면 절개 부위 통증, 기흉 여부, 기기 기능 및 배터리 점검이 끝났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기흉이 동반됐다면 퇴원 이후에도 일정 기간을 더 두고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 제세동기 충격이 반복되었거나 심실성 부정맥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원인 평가와 치료 조정으로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항공여행은 유보하는 것이 좋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을 복용 중이라면 비행 직전 INR을 확인해 과도한 항응고 상태가 아닌지 점검해야 하고, 직접 작용 경구 항응고제 (DOAC, Direct oral anticoagulant)를 쓰는 경우에는 복약 순응도와 출혈 징후 유무가 관건이다. 시차 때문에 항응고제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혈전 위험을 키우므로 금물이다. 시차가 큰 일정이라면 기상과 취침을 기준으로 복용 시간을 서서히 이동시키는 방법이 안전하다.
협심증 및 심근경색 환자는 퇴원 후 10일 이상 경과하여 새로운 증상이 없고 약물치료가 적절하면 비행에 큰 제한이 없다. 반면 최근 흉통이 잦아졌거나 활동 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환자는 비행 중 움직임 제한, 수면 부족, 시차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협심증 재발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심혈관 중재술을 받은 환자도 단순 병변과 복잡 병변, 합병증 발생 여부에 따라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드는 시기가 달라진다. 협심증 및 심근경색 환자에서 심부전을 동반한 경우에는 상태가 안정돼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점까지 장거리 여행을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
심부전 환자는 수분과 염분의 균형이 여행 안전을 좌우한다. 더운 날씨와 장시간 이동은 탈수와 체액 불균형을 만들기 쉽고, 이는 때로 부종과 호흡곤란을 동시에 악화시킨다. 증상이 안정적인 경우 일반 성인 권고량에 근접한 수분 섭취가 허용되기도 하지만, 기저 상태와 심부전 약물(특히 이뇨제)에 따라 권장량은 크게 달라진다. 호흡곤란이나 체중 증가, 하지 부종이 심해진 경험이 있다면 의사가 정한 일일 수분 섭취 상한선을 지키는 편이 안전하며, 귀국 후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체중을 매일 같은 시간에 재어 1~2kg 이상 급상승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여행 계획에는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장거리 이동 후에는 무리한 관광 대신 수면과 적응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여행의 첫날은 가벼운 산책 정도로 몸을 푸는 것이 안전하다. 기내에서는 1~2시간마다 일어나 하체 근육을 움직여 정맥 혈전 위험을 줄이고,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되 과도한 카페인과 알코올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통로 쪽 좌석을 선택하면 기동성이 좋아지고, 정맥 혈전 위험이 높다고 평가된 환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고려할 수 있다. 응급약은 수하물로 부치지 말고 휴대용 가방이나 옷 주머니에 넣어 즉시 꺼낼 수 있게 관리한다. 니트로글리세린 사용법을 본인과 동행인이 모두 숙지해 두는 것이 좋고, 여행지 언어로 작성된 약물 목록과 진단서, 담당 병원 연락처는 스마트폰과 지갑에 각각 저장해 두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는 수분·식사·수면 세 가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덥다고 지나치게 차갑거나 짠 음식을 자주 먹으면 혈관 수축과 부종이 악화될 수 있다. 과음은 탈수와 부정맥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어 특히 더운 날씨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운동은 증상이 안정된 환자라면 더위가 수그러드는 초저녁 시간에 30분 내외의 가벼운 유산소 활동을 주 3회 이상 시행하면 컨디션과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운동 도중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한 두근거림, 어지럼증이 생기면 즉시 중단하고 휴식해야 한다.
경고 신호가 나타났을 때의 행동 요령은 미리 연습해 두어야 한다. 가슴 중앙이 쥐어짜는 듯 아프고 턱이나 등, 왼팔로 퍼지는 통증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평소와 다른 심한 호흡곤란, 급격한 부종, 실신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우선 몸을 기대어 앉거나 반쯤 눕고, 처방 받은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1정을 투여한다. 5분 간격으로 최대 3정까지 사용했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지체 없이 119를 호출하거나, 기내라면 승무원에게 즉시 알린다. 의식이나 호흡이 없다면 동행인이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 동행인이 약 목록과 기기 보유 증명, 담당 병원 연락처를 의료진에게 곧바로 제시하면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출발 전 주치의와의 상담으로 최근 증상, 복약 순응도, 여정의 강도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다. 추가로 영문 처방전과 약물 리스트, 기기 보유 증명서와 현지 심장 진료 병원 정보를 미리 확보해 두면 가장 확실한 여행 보험이 된다. 가족과 동행인이 응급약 사용법과 경고 신호를 함께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여행 전부터 미리 대비하면, 심장병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장거리 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며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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