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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비후성 심근병증: 두꺼운 심장, 다양한 이야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4월 아산심장소식지 [비후성 심근병증: 두꺼운 심장, 다양한 이야기 - 심장내과 이상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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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후성 심근병증이란?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은 좌심실 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성 심근질환으로, 고혈압이나 대동맥판 협착증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 좌심실 비후를 특징으로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최근에는 무증상 환자의 조기 발견이 늘어나면서 유병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에는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HOCM)'이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지만, 실제로는 좌심실 유출로 폐쇄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현재는 폐쇄 여부와 관계없이 '비후성 심근병증(HCM)'이라는 명칭이 표준으로 사용됩니다.
HCM은 대부분 심근 수축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병적 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가족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유전자 이상이나 가족력이 확인되지 않는 비가족성(sporadic) 환자도 적지 않게 존재하며, 이로 인해 다양한 발생 경로와 표현형을 갖습니다.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며, 병의 경과는 어떤가요?

HCM은 매우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상당수 환자는 무증상 상태로 발견되지만, 일부에서는 운동 중 실신이나 돌연심장사(sudden cardiac death)로 처음 진단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수십 년간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다가 심장 수축 기능이 저하되는 말기 심부전(end-stage heart failure, burn-out phase)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좌심실 유출로 폐쇄(left ventricular outflow tract obstruction, LVOTO)입니다. 수축기 동안 승모판 전엽이 비후된 중격 쪽으로 끌려가면서 혈류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가슴 답답함, 운동 중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폐쇄가 없는 경우에도 심근 이완기 장애나 부정맥,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근이 단단해지고 유연성을 잃게 되면 좌심실로 혈액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아 이완기 기능 장애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운동 시 호흡곤란이 심해집니다. 또한, 심방의 수축 기능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여 심방세동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임상 악화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심근의 비후 자체뿐만 아니라 미세혈관 기능 이상에 의해 심근 허혈이 발생하고, 승모판 구조 이상으로 인한 승모판 역류, 운동 중 혈압 반응 이상을 동반하는 자율신경 기능 이상 등도 다양한 임상 양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결국 HCM은 단순히 '심장이 두꺼워지는' 질환이 아니라, 유전, 해부학, 전기생리, 혈역학, 자율신경 기능의 복합적 이상이 얽혀 다양한 임상 경로를 통해 진행하는 질환입니다.

 

어떻게 진단하나요?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초음파를 통한 영상학적 평가로 진단이 시작됩니다. 성인의 경우, 고혈압이나 대동맥판 협착증 없이 심장 벽 두께가 15mm 이상이면 HCM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가족력이 있거나 병적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13~14mm에서도 진단을 고려합니다. 소아에서는 체표면적 보정 Z-score ≥2 이상을 기준으로 합니다.
심장 MRI는 진단을 보조하고, 국소적인 비후, 심근 섬유화(LGE, late gadolinium enhancement), 심내 구조 이상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특히 섬유화는 돌연심장사 위험도 예측에 중요한 소견입니다.
필요 시 유전자 검사도 시행하며, sarcomere 단백질 유전자(β-myosin heavy chain, myosin-binding protein C 등)의 병적 변이를 찾습니다. 유전자 양성 환자에서는 심초음파상 비후가 나타나기 전부터 가족 단위 추적 관리가 가능합니다.

 

어떻게 치료하나요?

비후성 심근병증의 치료는 폐쇄 여부, 증상, 돌연사 위험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접근합니다.
증상이 없는 경우 정기적인 추적관찰만으로 충분할 수 있으며, 증상이 있거나 유출로 폐쇄가 있는 경우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합니다. 베타차단제나 비디하이드로피리딘계 칼슘차단제(예: 베라파밀)는 심박수와 수축력을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합니다. 폐쇄가 동반된 경우 디소피라미드 같은 음성수축성 약제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며 유출로 압력차가 50mmHg 이상인 경우, 중격절제술(septal myectomy)이나 중격 알코올 색전술(alcohol septal ablation) 같은 침습적 중재가 고려됩니다. 부정맥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ICD) 삽입을 통해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 접근: Myosin 억제제(Myosin Inhibitors)

최근 심근 수축 과다(hypercontractility)가 HCM의 주요 병태생리임이 밝혀지면서,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인 myosin 억제제(myosin inhibitors)가 개발되었습니다. 정상 심근에서는 myosin과 actin의 교차결합이 균형을 이루지만, HCM에서는 이 교차결합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비후, 이완장애, 폐쇄를 유발합니다.
Myosin 억제제는 myosin ATPase 작용을 억제하여 교차결합 수를 줄이고, 심근 수축력을 정상 범위로 조절합니다. 이 계열의 약물 중 대표적인 예인 mavacamten은 대규모 임상시험(EXPLORER-HCM, VALOR-HCM)에서 좌심실 유출로 폐쇄 감소, 운동능력 향상, 삶의 질 개선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기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폐쇄성 HCM 환자에서 수술 없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비침습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박출률 저하의 위험이 있어 정기적 심초음파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며, 약물 효과는 수 주 동안 지속될 수 있어 용량 조절이 중요합니다.

 

생활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과거에는 운동 자체를 엄격히 제한했지만, 최근 가이드라인은 상황에 따라 안전하게 운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경쟁적 고강도 운동은 주의가 필요하지만, 가벼운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이롭고 일상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 계획은 심장 기능, 폐쇄 여부, 부정맥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탈수, 과도한 스트레스, 과음은 좌심실 유출로 폐쇄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금연, 절주, 규칙적 수면 유지와 같은 기본적인 심장 건강 수칙도 매우 중요합니다.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심전도, 필요 시 MRI를 통한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가족력이나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선별 검사도 권장됩니다.

 

예후는 어떤가요?

비후성 심근병증은 현대적 치료와 관리 덕분에 장기 예후가 매우 좋아졌습니다. 현재 적절한 관리 하에 심장 관련 사망률은 연간 0.5% 미만이며, 정상 기대수명에 근접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돌연심장사의 위험은 위험도 평가와 ICD 삽입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으며, 수술적 중재나 myosin 억제제 치료를 통해 심부전 증상 역시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말기 심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정기적 평가와 조기 치교가 중요합니다.

 

결론

비후성 심근병증은 구조적 비후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적 문제를 동반하는 복합적 심장질환입니다. 질병의 다양성과 경과의 예측 불가능성을 이해하고, 개인별 위험에 맞춘 치료와 관리를 통해 대부분의 환자가 정상에 가까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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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HA/ACC/AMSSM/HRS/PACES/SCMR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 Report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American Heart Association Joint Committee o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Circulation. 2024;149(15):e448–e532.

Maron BJ, Ommen SR, Semsarian C, Spirito P, Olivotto I, Maron MS.
Hypertrophic Cardiomyopathy: Present and Future, With Translation Into Contemporary Cardiovascular Medicine. J Am Coll Cardiol. 2022;79(4):390–414.

Maron MS, Hellawell JL, Lucove JC, Farzaneh-Far R, Olivotto I.
Diagnosis and Evaluation of Hypertrophic Cardiomyopathy: JACC State-of-the-Art Review. J Am Coll Cardiol. 2022;79(4):372–389.

Braunwald 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 Brief Overview. Am J Cardiol. 2024;212(Suppl):S1–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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