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공지
| 제목 : “수술해야 한다고요?” 간호사의 환자 체험기 (上)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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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5.09.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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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으로서 저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를 늘 마음속에 되새기고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강조해 드린 적이 있지요. 이는 "자기가 처한 환경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나 동료들을 단순히 '일'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감정을 함께 느끼며,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과정을 통해 진심 어린 연민과 공감으로 상대를 더욱 배려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비단 의료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직 병동 간호사의 시선에서 바라본 수술 환자의 여정이 어땠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수술 환자의 여정, 그리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의 환자 경험을 함께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두었으니, 저와 함께 이 여정을 따라가 보시죠!
- 새벽 : 밤새도록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배는 여전히 아프고 변이 마려운 느낌은 계속되는데 나오는 것이 없으니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죠. 아내는 아침 일찍부터 근무라 아이를 온전히 제가 돌봐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아프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 너무나 걱정스러웠습니다.
평소 장염이나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와는 너무 다른 느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워서 배를 이리저리 만져보았습니다. 하복부를 눌렀을 때 약간의 압통이 있었는데, 특히 우하복부 쪽에서 배를 눌렀다가 떼었을 때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이 확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른바 반동압통(rebound tenderness)이라고 불리는 이 통증은 정상적인 경우에는 느껴지지 않지만, 복막염이나 충수돌기염(맹장염), 담낭염 등 몸 안의 염증 반응이 있을 때 나타나는 통증이기에 순간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후 5시 : 저녁 6시 넘어 수술을 하기로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일하는 101병동에 빈 병실이 있어 그쪽으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대장암과 간이식·간담도외과 소속 간호사가 충수염으로 본인 병동에 수술하고 나서 입원하게 되다니, 정말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환자가 되어 우리 병원에 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긴 했어도, 실제로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 오후 8시 : 수술장에서 저를 부른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전신마취는 살면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몸에 환자복 외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휠체어에 앉았습니다. 병동 선생님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얼른 하는 게 낫지.' 수술 잘 받고 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수술장으로 이동했습니다. - 수술 후 : 정신이 깬 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눈꺼풀이 감겼습니다. 약간 어지럽고 졸음이 쏟아져서, 병동에 올라온 후에도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계속 깨우는데도 조금만 방심하면 잠들어버렸습니다. 수술 후 병동에서는 환자의 의식 상태가 명료하게 돌아왔는지 몇 가지 간단한 질문으로 확인하는데,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상당히 집중해야 겨우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복부 쪽에 묵직한 통증이 있긴 했지만, 오히려 수술 전 집에서 아팠던 것보다는 덜 아파서 견딜 만했습니다. 코와 목이 갑갑했고 가래가 꽉 찬 느낌에 목이 칼칼해 헛기침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기침을 하면 배가 아파 크게 할 수는 없어서, 수술 전에 배운 대로 깊은 심호흡 위주로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이 길어지게 되어 수술 후 제 환자 경험은 하편으로 나누어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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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원간호1팀 김치호 대리 ─────────────────────────────────────────────── 김치호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보호자 없이 환자들이 최상의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이곳에서, 그는 환자들과의 병원 생활을 되돌아보며 ‘이상적인 병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룸 칼럼을 통해 병동에서 마주한 특별한 순간들, 그리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간호에세이를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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