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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남자 간호사, 낯설음이 익숙함으로(외과간호 1팀 박상원 사원)
등록일 : 2021.10.12

남자 간호사,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125병동은 간호를 하며 느낀 점을 동료들과 함께 공유하는 모임을 주기적으로 갖고 있다.
최근 모임에서는 125병동 최초 남자 간호사인 외과간호1팀 박상원 사원이 발표를 했다.
남자 간호사로서 힘들었던 점, 이를 극복하며 성장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어 동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성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환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특별한 간호를 하고 싶다는 박상원 사원의 글을 공유한다.

 

 

  125병동 첫 남자 간호사. 부서에 온 나에게 부여된 타이틀이다. ‘첫 번째’라는 말은 내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내가 잘못하면 남자여서 그렇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주변 남자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에 맞서고 여자가 많은 조직에서 적응해나가는 일이었다. 나 또한 일을 시작하기 전 조직 안에서 잘 섞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되돌아보면 걱정했던 것에 비해 병동 생활에 잘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어떻게 적응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간호사 집단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것 중 하나가 소통이었다. 조직에 잘 녹아들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통을 위해 내가 노력한 것은 리액션과 눈맞춤이었다. 동료 선생님과 업무적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는 잘 알아들었다는 의미로 확실하게 리액션 하면서 눈 맞추어 대화했다. 사적인 대화를 할 때에도 적절한 맞장구를 통해 공감 표현을 위해 노력했다. 여성 동료 선생님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통해 병동에 조금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남자 간호사 중 일하는 부서에서 겉돌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조직 밖에서만 풀려고 하다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많은 집단에서 남자라는 이유로 직장 밖에서만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옆에서 함께 하는 동기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오히려 다른 동료 선생님에게 힘이 되어주고 병동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간호사 좀 불러주세요.” 독립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담당 환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눈앞에 간호사가 있는데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웠고 내가 남자여서 모르는 건가 싶어 자책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 당시 나는 “제가 간호사인데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다 문득 나도 남자 간호사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것이 떠올랐다. 낯선 병원 환경에서 그보다 더 낯선 남자 간호사가 담당 간호사라고 하니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나를 간호사로 인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담당 간호사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CI-CARE의 강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교대 시 “안녕하십니까? 교대하여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저는 담당 간호사 박상원입니다. 혈압, 체온 측정 위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담당 간호사임을 알렸다. 담당 간호사임을 알지 못하거나 교대 시 부재한 경우가 있어 교대 시뿐만 아니라 V/S 측정이나 기타 처치 시 재차 담당 간호사임을 설명했다. 처음 내가 담당 간호사임을 알렸을 때 낯설게 느꼈던 환자와 보호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간호사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나를 찾아주었다.

  근무 중 가래를 뱉지 못하는 환자의 가래 배출을 도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동료 선생님이 환자가 남자 간호사를 찾는다며 도대체 뭘 해줬길래 환자가 이리도 고마워하고 계속 말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남자 간호사라는 이유로 내 간호가 잘 기억되고 각인되어 내 간호가 환자에게 맞닿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기억에 남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남자 간호사가 좌약을 넣는다고요?” 나이트 근무를 하던 중 수술 예정인 50대 여성 환자에게 좌약을 넣겠다고 말하니 당황해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남아있는 업무가 있기에 빨리 끝내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고, 바지만 살짝 내리고 금방 끝내겠다고 말 한 후 좌약을 넣었다. 한번은 1차 순회 시 40대 여성 환자의 수술 창상을 보려고 하는데 거부하여 수술 부위를 확인하지 못하기도 했다. 조금 당황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해야 할 일이므로 퇴근 전에는 보여주어야 한다고 응대했다. 당시 나는 활력징후 측정 후 “수술 부위 좀 볼게요”라고 딱딱한 말투로 사무적으로 말했고 환자는 이를 거부했다. 업무를 마치고 생각해 보니 환자가 불편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점에 환자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외과 병동에서 일하기에 특히 수술 후 처치 시 환자의 신체가 노출되는 상황이 많다. 수술 후 신체 노출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고, 환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남자 간호사가 옷을 갈아 입혀주는 것에 대해 보호자가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신체 노출에 대해 어떤 배려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첫 번째, 신체 노출이 있는 처치 시 미리 설명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꼈다. 여성 환자의 좌약 투약이나 유치도뇨관 제거 시 담당 간호사가 처치 예정임을 첫 라운딩 시 미리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신체 노출에 당황해 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째, 환자에게 설명할 때 조금 더 부드러운 말씨로 설명하고 환자의 의사 확인이 중요함을 느꼈다. 어쩔 수 없는 신체 노출 상황에서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가 불편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쿠션언어를 사용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처치를 도와드리겠습니다. 혹여나 불편하시면 다른 간호사가 처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설명하며 환자의 의사를 먼저 물었다. 또한 동료 선생님이 환자의 수술 후 처치 시 시트로 노출 부위를 가려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이후 내가 수술 후 처치를 함께 할 경우 수술장에서 가지고 온 시트를 이용하여 환자를 가려주는 데 사용하거나 여분의 베개피를 가져가 신체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트 (또는 베개피)로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 여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간호를 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간호사가 잘 맞는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곤 한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다행히 나름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든 일을 왜 여자들만 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간호사로서 일을 잘 하고 있 는지에 대해 자문하곤 한다. 나는 동료에게는 기댈 수 있는 간 호사로, 환자에게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간호사로 인식 되길 바란다. 병동에 처음 들어와 먼저 적응한 남자 간호사로서 후배 남자 간호사들에게 롤 모델이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 남자 간호사가 어떤 어려움을 느낄지 먼저 살피고 조언해줄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남자 간호사’라는 이유로 특별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임상에 일하면서 단순히 성별의 다름이 아니라 내 간호가 특별 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남자’ 꼬리표가 붙지 않은 유능한 간호사로 인식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우선 환자의 마음에 맞닿을 수 있는 근거에 기반한 간호를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유능한 간호를 수행하기 위한 기반을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남자 간호사는 환자로서 낯설지만 박상원 간호사의 간호를 받아보며 남자 간호사도 진정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말 하나 하나에도 진심으로 환자들을 배 려하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간호사가 아닌가 생각 들며 이런 훌륭한 간호사가 대한민국 최고의 서울아산병원을 빛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어 칭찬합니다.”

  고객에게 받은 칭찬 편지이다. 낯설기만 했던 남자 간호사가 필 요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말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남자여서가 아니라 좋은 간호를 해서 칭찬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에게는 남자 간호사뿐만 아니라 병원에서의 생활 자체가 낯설음의 연속일 것이다. 나는 낯선 병원 생활에 환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환자의 마음에 맞닿을 수 있는 간호를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낯설음이 익숙함 으로, 그리고 ‘나’라는 간호사가 진정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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