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이야기
[정신건강칼럼 1월] 더욱 넓어진 선택의 폭, 조현병 장기 지속형 주사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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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넓어진 선택의 폭 – 조현병 장기 지속형 주사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윤운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조현병 환자는 여러 가지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자살의 위험성, 병식의 부재(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몰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로 인한 미흡한 약물 복용, 입원으로 인한 높은 치료 비용, 반복된 재발로 인한 뇌 기능 손상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재까지 조현병의 증상 개선 및 재발 방지에 효과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 및 일부 생물학적인 치료만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들은 담당의사의 결정에 반하여 약물 복용을 일찍 중단하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약물의 조기 중단은 재발의 위험을 높이고, 이는 결국 반복되는 입원, 증상 악화로 인한 응급실 방문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조현병에서 재발과 재입원이 반복될수록 뇌 영상 검사에서 뇌의 회백질 밀도가 낮아지고, 이는 인지기능의 점진적인 저하로 나타나게 됩니다. 즉, 증상의 재발이 반복되는 것은 뇌에 반복적인 타격을 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스스로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약물 복용을 거부하거나 조기 중단하는 경우가 조현병 치료에서 주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약물이 ‘장기 지속형 주사제’ 입니다. 이는 4주에 한번씩 근육주사(주로 팔이나 엉덩이)하면 다음 주사 투여시기까지 안정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하여 매일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환자와 보호자는 더 이상 약물 복용으로 실랑이하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경구 약물 복용이 필요하더라도 주사제와 경구 약물 두 가지가 함께 버텨 주는 것이기 때문에 좀더 안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개발되어 사용 된지는 오래 되었으나, 그 동안에는 ‘약물복용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 재발로 인한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에만 보험 적용이 한정되어 있어 사용에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조현병의 치료 목표는 단순한 증상 조절에 그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 조절은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일 뿐입니다. 그들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자신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여 다양한 선택지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재발을 반복하게 되면 치료가 자꾸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며, 사회적인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학생은 학업과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직장인은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등), 이는 점차적인 기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조현병 초기 환자에도 투여가 가능하도록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보험 적용 기준이 확대되었습니다. 조현병을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입원 횟수나 재발여부, 현재의 증상 여부와 상관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외래 시간에 약을 잘 먹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자꾸만 반복된다면, 치료가 자꾸 원점으로 돌아온다면,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통한 다른 치료의 옵션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