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 엄마는 방학이 다가오는 것이 걱정입니다. 학기 중에는 학교랑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던 아이가 늦잠을 자고 텔레비전에 푹 빠져있거나 컴퓨터 게임, 핸드폰 등을 하면서 빈둥거리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부딪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알아서 방학숙제나 학원숙제도 하고 학기 중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공부하면 좋겠지만,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어느 정도 뇌 발달이 이루어지는 청소년기가 되어서야 가능하게 됩니다. 그 전에는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을 도와주시고 잘 실천되고 있는지 같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학을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내려면 방학 동안 할 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학계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이번 방학에는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 어떤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지 등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당장 이번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계획을 세울 때에는 부모의 의지가 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구체적인 과제 중심의 목표를 세워 생활계획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의 뜻에 귀 기울이고 자녀에게 주도권을 주게 되면 계획을 실천할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자녀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한 후 계획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의 욕심으로 무리하게 계획표를 짜면 어린 아이들은 싫증을 느끼고 계획을 미루기만 할 것입니다. 방학계획은 크게 공부, 경험, 생활습관의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 공부 목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워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떠올려보고 거기에 맞춰 학장시절의 목표를 세운 다음, 이번 방학의 공부 목표를 세웁니다. 목표를 세울 때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세워야 합니다. “영어 공부 매일 열심히 하기”와 같이 애매한 것이 아니라 “영어 동화책 [Magic Tree House] 일주일에 한 권씩 읽기”와 같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정합니다. 구체적인 공부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교재와 도구, 분량, 범위, 공부시간 등을 정해봅니다. 여러 종류의 학원에 다니거나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보다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실천하기도 쉽고 성취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성취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고, 다음의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도 높아집니다.
또한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하기보다는 아이가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의 책을 골라주고 책의 내용에 대해서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거나, 영어로 된 만화 DVD나 이야기 테이프, 수학 원리를 재미있게 풀어놓은 만화책 등이 통해서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둘째, 방학은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부모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자신의 꿈과 목표와 관련된 장소를 탐방하고 견학하거나 평소에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본다거나 참가해보고 싶었던 캠프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방학에 아이들의 성향이나 습관 등을 고려한 다양한 캠프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캠프 참여를 통해 자녀의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고 특기개발과 심신수련, 학업성취능력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감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때 자신이 경험한 내용이 무엇이었으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자신이 느낀 것은 무엇이었는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성찰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방학 동안 아이들의 생활 패턴은 엉망이 되기 쉽기 때문에 생활습관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생활습관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바꾸고 싶은 나쁜 습관 리스트를 작성해보고, 이번 방학에 꼭 바꾸고 싶은 습관 1-2가지를 목표로 정합니다. 목표는 “컴퓨터 시간을 줄인다”와 같이 막연하게 정하지 말고 “컴퓨터 게임은 하루 2시간 이내로 한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5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을 하던 아이에게 갑자기 “컴퓨터 게임은 하루 1시간 이내”와 같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하기 보다는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목표를 어느 정도 지키고 있는지 같이 확인하고, 아이가 목표를 100%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야단치기 보다는 이전에 비해서 발전한 점을 발견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학은 평소에 부모와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즐거운 활동을 같이 하면서 아이의 생각과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와 친해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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