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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증(CIDP (Chronic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neuropathy))

정의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신경병(Chronic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radiculoneuropathy, CIDP)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말초신경을 잘못 공격하여 발생하는 만성 자가면역 신경질환입니다. 여기서 말초신경은 뇌와 척수에서 나온 신호를 팔, 다리, 몸통 등 신체 각 부위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CIDP가 발생하면 말초신경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수초'가 손상되어 신경의 신호 전달 속도가 지연되거나 차단됩니다. 이로 인해 사지의 근력 저하가 발생하고, 손발 저림이나 감각 둔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대개 8주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입니다.

 

초기에 급격히 악화되는 급성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과 증상 자체는 유사할 수 있으나, CIDP는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만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CIDP는 드문 질환이지만,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원인

CIDP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말초 신경의 수초를 항원으로 오인하여 공격함으로써 만성적인 염증과 탈수초성 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에게서 선행 감염이나 기타 면역 매개 질환 이후 증상이 시작되는 얏앙이 관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뚜렷한 유발 요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단클론감마병증, 림프종 또는 기타 전신 자가면역 질환 등 유사한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지 병행하여 확인합니다.

 

간혹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CIDP는 유전 질환이나 전염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임상 증상이 당뇨병성, 약물 유발성 혹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증과 매우 흡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 감별을 위한 정밀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증상

CIDP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팔다리의 근력 저하와 감각 이상입니다. 다리의 근력 약화로 인해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지고, 손의 악력이 떨어지면서 물건을 쥐거나 단추를 채우는 등의 세밀한 일상 동작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감각 이상 증상으로는 손발 저림, 감각 둔화, 찌릿함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균형 장애까지 나타납니다. 특히 발바닥의 감각이 둔해지면 중심을 잡기 어려워, 어두운 곳에서 걷기가 힘들거나 자주 넘어지는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학적 진찰 소견에서는 심부건반사(힘줄반사)가 감소하거나 소실되는 것이 흔한 특징입니다. 이 외에도 일부 환자에게는 신경통, 극심한 피로감, 손떨림(진전), 보행 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CIDP는 양쪽 팔다리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일부 환자에게는 한쪽 팔다리나 특정 부위에만 증상이 국한되는 변이형으로 발병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2021년 개정된 최신 진단 기준에서는 전형적인 CIDP와 함께 원위부형, 다초점형, 운동형, 감각형 등 다양한 CIDP 변이형을 명확히 구분하여 진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진단

CIDP는 환자의 임상 증상과 신경학적 진찰 소견을 바탕으로 신경전도검사, 혈액검사, 척수액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합니다. 진단 시에는 증상이 8주 이상 지속적으로 진행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지, 사지 위약과 감각 이상의 분포 양상이 어떠한지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말초신경의 신호 전달 속도가 지연되거나 전도 차단이 일어나는 '탈수초성 변화'를 확인합니다. 2021년 개정된 최신 진단 기준에서도 임상 양상과 더불어 전기생리학적 검사에서 말초신경의 탈수초 소견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을 진단의 핵심 조건으로 꼽고 있습니다.

 

'척수액검사'에서는 세포 수의 유의미한 증가 없이 단백질 수치만 단독으로 상승하는 소견이 관찰되는데, 이는 진단에 유용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혈액검사'는 당뇨병, 비타민 결핍, 갑상선 질환, 만성 감염, 특정 혈액 질환 및 전신 자가면역 질환 등 유사한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배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CIDP와 임상적으로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치료 반응과 예후가 전혀 다른 독립된 질환군을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 결절병증(Autoimmune Nodopathy)의 경우 질환과 관련된 항체, 즉 Neurofascin-155, Contactin-1, CASPR1 항체 검사 등을 시행하여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말초신경 초음파나 신경 MRI, 유전자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입니다.


매우 드물게 다른 기저 질환과의 감별이 극히 어려운 경우에는 신경 조직검사를 신중히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진단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형적인 CIDP인지, 유사한 다른 면역성 신경병증인지 아니면 당뇨병성·유전성·약물성 신경병증인지 정확히 감별하여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향을 찾는 것입니다.

치료

CIDP는 치료 가능한 말초신경 질환입니다. 


치료의 목표는 병적인 면역 반응을 조절하여 추가적인 신경 손상을 방지하고, 근력 및 감각 기능을 회복시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발과 증상의 악화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초기 치료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주로 사용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병용하기도 합니다. 이후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증상이 안정되면 스테로이드의 용량을 서서히 줄이고, 장기적인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면역억제제 유지 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합니다.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 효과가 미흡하거나 증상이 중증인 경우에는 '정맥 면역글로불린(IVIG)' 투여나 '혈장교환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는 신경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을 신속하게 억제함으로써 근력 저하와 감각 이상 증상의 회복을 돕습니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일부 난치성 환자나, 앞서 언급한 자가면역 결절병증 등 특정 항체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표적 치료로서 B 림프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리툭시맙(Rituximab)' 투여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CIDP의 세부 면역 기전을 차단하는 다양한 신약의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약물 요법과 병행하여 체계적인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지속적인 근력 강화 운동, 균형 및 보행 훈련, 적절한 보조기 활용을 통해 일상생활 동작 수행 능력을 유지하고 낙상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CIDP의 치료 전략은 환자가 겪는 증상의 정도, 진행 속도, 동반 질환, 치료 반응 및 부작용 발생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결정합니다.

경과

CIDP의 경과는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는 초기 치료 후 증상이 안정되거나 호전되지만, 많은 경우 재발과 호전을 반복하거나 장기적인 유지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증상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진행형',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재발형', 단 한 번의 에피소드 이후 안정되는 '단상형'등 다양한 경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신경 손상이 만성화되면 사지 위약, 감각 저하, 손 기능 및 보행 장애 등의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발목이 아래로 처지는 족하수(Foot drop) 현상이나 심부 감각 저하에 따른 균형 장애와 그로 인한 낙상 사고,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 극심한 피로감 등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CIDP는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가역적인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신체 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편, 장기간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 면역 조절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물로 인한 기회감염, 혈전색전증, 스테로이드 유발성 당뇨 및 고혈압, 골다공증,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 발생 여부를 의료진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주의사항

CIDP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신경과 추적 관찰을 통해 사지 근력과 감각 상태, 보행 능력을 지속해서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물을 조절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치료 계획의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합니다.

 

만약 갑자기 다리의 위약감이 심해지거나, 손발 저림 등의 감각 이상이 악화되는 경우, 혹은 보행이 눈에 띄게 불안정해져 자주 넘어질 때는 질환의 재발이나 진행을 의심하고 즉각적인 재평가를 시행해야 합니다. 특히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급성 신경병증의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감각 저하와 근력 약화가 동반된 환자는 낙상 위험이 큽니다. 집 안의 문턱을 제거하고 미끄러운 바닥재나 걸려 넘어지기 쉬운 전선 등을 안전하게 정리해야 하며, 필요시 지팡이나 발목 보조기, 보행기 등의 보조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또한 면역 치료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감염과 약물 부작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발열, 극심한 두통, 기침이나 호흡 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 그리고 혈전증을 시사하는 다리 부종이나 갑작스러운 흉통 등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신체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활치료와 함께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FAQ

Q1.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진단되었는데, 증상이 계속되면 CIDP로 진단이 바뀌게 되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보통 증상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한 뒤 일정 시점 이후에는 더 악화되지 않고 회복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CIDP는 증상이 8주 이상 계속 진행하거나,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양상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CIDP는 증상이 2개월 이상 진행하는 점으로 길랭-바레증후군과 구분하며,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처음 진단된 환자 중 일부는 경과에 따라 CIDP로 재분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길랭-바레증후군처럼 급성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8주가 지난 뒤에도 다시 악화되거나, 호전과 악화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 급성 발병 CIDP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연구에서는 8주 이후 다시 악화되거나 악화가 3회 이상 반복될 때 급성 발병 CIDP를 의심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길랭-바레증후군도 회복 과정이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으므로, 증상이 오래 남아 있다고 해서 모두 CIDP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신경학적 진찰,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척수액검사 등을 반복 평가하여 실제로 병이 계속 진행 중인지, 회복이 느린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CIDP는 희귀질환인가요?

 

네, CIDP는 비교적 드문 질환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병은 아니며, 국내에서도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어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면역치료를 시행하면 근력과 감각 증상이 호전되고, 장기적인 신경 손상과 장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손발 저림이나 힘 빠짐이 오래 지속되거나 점점 진행한다면 단순 말초신경병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신경전도검사와 신경과 진료를 통해 CIDP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CIDP 진단은 왜 까다롭나요?

 

CIDP는 손발 저림, 감각 저하, 근력 약화, 보행 장애처럼 다른 말초신경병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시작할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비타민 결핍, 약물성 신경병증, 유전성 신경병증, 길랭-바레증후군 등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습니다.

 

또한 CIDP는 모든 환자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전형적으로는 양쪽 팔다리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생기지만, 일부 환자는 손발 끝 감각 증상이 두드러지거나, 한쪽 또는 특정 부위에 더 심하거나, 운동 증상 또는 감각 증상만 뚜렷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에는 신경전도검사에서 탈수초성 변화가 확인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검사 결과가 애매하거나 당뇨병 같은 동반 질환이 있으면 해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CIDP와 비슷하지만 치료 반응이 다른 자가면역 결절병증, anti-MAG 항체 관련 신경병증 등도 구분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CIDP는 증상, 진찰 소견, 신경전도검사, 혈액검사, 척수액검사, 필요 시 항체 검사와 영상검사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진단합니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CIDP는 치료 가능한 질환이지만, 비슷해 보이는 다른 신경병증은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4. CIDP는 유전병인가요?

 

아닙니다. CIDP는 부모에게서 자녀에게 직접 유전되는 병이 아니라, 면역 체계가 말초신경을 잘못 공격해서 생기는 자가면역성 신경질환입니다. 다만 CIDP와 비슷하게 손발 저림, 근력 약화, 보행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성 말초신경병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샤르코-마리-투스병(CMT) 같은 질환은 CIDP와 증상이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중 비슷한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어릴 때부터 서서히 진행했거나, 발 모양 변형이 동반된 경우에는 유전성 신경병증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신경전도검사와 함께 필요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Q5. CIDP는 완치가 가능한가요? 아니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질환인가요?

 

CIDP의 경과는 환자마다 다릅니다. 일부 환자는 치료 후 증상이 안정되고 재발 없이 지내면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증상이 반복해서 악화되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나빠지는 경우에는 장기간 유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치료를 갑자기 중단하면 근력 약화나 감각 이상이 다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약을 줄이거나 끊는 결정은 신경학적 진찰, 신경전도검사, 치료 반응 등을 확인한 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CIDP는 완치 여부보다 증상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신경 손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치료와 재활, 정기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일상생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