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면 우리는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며 식욕도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을 흔히 ‘춘곤증’이라 한다. 춘곤증은 의학적 진단명이 아니다. 이것은 봄을 맞아 기온이 올라가면서 신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데 반해 우리 몸이 이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 증상이다. 따라서 춘곤증은 신체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리적인 현상인 춘곤증과 심각한 질환으로 나타나는 과다수면을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는 춘곤증에 대해 스스로 경험하면서 매스컴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직장, 학교, 지하철 등 우리 주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어 낮에 많이 졸리는 것을 단지 ‘춘곤증’ 또는 ‘식곤증’이라 자가 진단하면서 심각한 질환의 한 증상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과다수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기면병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들 수 있다.
기면병은 주로 청소년기에 발현하는 수면질환으로, 잠이 참을 수 없게 쏟아지는 것이 주 증상이다. 선생님에게 훈계를 듣는 등 일반적으로 잠에 빠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조는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은 기면병일 가능성이 많다. 누구나 졸 수 있는 상황에서 존다면 이는 수면부족, 춘곤증, 식곤증 등일 가능성이 많지만 수업 중 친구들보다 특별히 많이 조는 학생은 기면병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면병에 대한 진단이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졸음으로 인해 학업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그 결과 학교 성적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기면병을 시사하는 다른 증상으로는 웃을 때 혹은 감정변화가 심할 때 온몸이나 몸의 일부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탈력 발작, 잠 들거나 깰 때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마비, 잠 들거나 깰 때 꿈과 같은 생생한 환각 등이 있다.
성인이나 노년의 경우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많이 피곤하고 존다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 질환의 주 증상은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거나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지되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자신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잠에서 잠시 깨서 숨을 쉬고 다시 잠을 잔다. 이러한 현상이 자는 동안 무호흡증과 번갈아 가며 계속해서 반복되기 때문에 좀처럼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환자는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많이 피곤하다고 호소하게 된다.
자신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배우자에 의해 병원을 찾게 된다. 이 질환을 방치하면 무호흡으로 숙면을 취할 수 없어서 낮에 무척 피로하고 기억력 또는 판단력이 저하되며, 주의력이 산만해지거나 졸음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는 근로자나 자동차 운전자들은 낮에 많이 졸리면 반드시 수면무호흡증 검사 및 치료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을 장기적으로 방치하면 무호흡으로 인한 저산소증과 교감자율신경계의 과도한 활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심혈관계를 손상시킨다. 이는 결국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첫째, 치료 받아야 하는 환자의 유병률이 남자에서 4%, 여자에서 2%로 매우 높다는 점이고 둘째, 양압기 치료나 기타 치료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점이다.
끝으로 낮에 졸린 증세의 원인으로 수면부족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현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너무 바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수면시간을 줄여 성인은 일에, 학생은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적절한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자신의 수면시간이 이보다 적다면 우선 좀 더 많이 자고 낮에 졸린 증세가 없어지는지 관찰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