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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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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호자의 아픈 마음까지 저자 : 암병원간호2팀 이서현

 

종양내과에 배정되어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담당 환자의 임종을 겪었다. 이후로도 한 달 동안 임종간호를 3번 이상 수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나와 라포를 쌓은 환자의 임종을 겪는 것이 큰 고통이었다. 잠이 들면 종종 임종 당시의 상황과 그 환자의 얼굴이 또렷이 꿈에 나타났고 꿈에서 깨고 난 뒤에는 그 환자의 이름까지도 떠올랐다. ‘혹시 내가 부족해서 환자에게 더 해줄 수 있는데 못 해준 건 아닐까? 환자의 죽음이 나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 잊을만 하면 또 꿈을 꿨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간호사로서의 업무에만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환자와의 라포 형성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담당하던 환자의 죽음은 여전히 슬펐지만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았고 더 이상 꿈도 꾸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젊은 아빠가 입원을 했다. 슬하에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자녀가 있었다. 환자와 배우자는 임종 직전까지 오로지 자녀 걱정뿐이었다. 또 다른 한 엄마가 임종을 맞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그녀의 아이는 “엄마가 이렇게 가면 난 어떻게 살라고… 엄마… 엄마…”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렇게 환자를 계속해서 떠나 보내면서 점차 가족들의 슬픔이 와 닿았다. 이때부터 나는 환자의 죽음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삶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환자의 고통에만 집중했었는데 ‘보호자는 어떤 심정으로 환자의 옆에서 버틸 수 있는 걸까, 남은 사람들은 다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힘든 날들을 이겨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상황에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항암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 속 이면에 있을 불안과 고통을 깊이 공감하게 되면서 측은지심을 갖게 되었다.

 

가끔 강하게 불만을 표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만날 때면 순간적으로 그 상황은 공감되지 않고 감정적으로 상처만 받는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은 아주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직 병이 낫길 바라며 입원해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의료진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들에게 내가 죽음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지지해줄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 후로는 검사나 시술을 한 환자에게 안부를 물으며 관심을 표현했고, 첫 항암을 하는 환자가 아는 게 없어서 불안해 하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안심할 수 있게 도왔다. 정말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고마워했다.

 

처음에는 간호사의 업무만 책임감 있게 해내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라포 형성은 오히려 죽음 앞에서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상황에 공감하고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환자와 보호자 한 분 한 분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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