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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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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쁜 간호사 선생님이지” 저자 : 수술간호팀 전가해

 

비소세포성 폐암으로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한 60세 남자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척추 전이가 심해 신경학적 변화가 생겼고 하지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어 했다. 평소 산책을 즐기시던 분인데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들어지자 많이 우울해했다. 공감과 위로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침대 위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근력 운동만 가르쳐 드리고 “괜찮을 거예요”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병실에서 나오곤 했다.

 

환자는 수술을 받은 뒤 호전을 보이는가 싶더니 점점 통증 조절이 안 되고 진통제를 요구하는 횟수가 늘어갔다. 암으로 인한 통증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환자가 진통제를 맞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진통제를 요구했고 나는 “몇 점으로 아프세요? 진통제를 맞을 만큼 아프신가요?”라고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환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바쁠 텐데 미안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단순히 업무로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환자를 만났을 때 전보다 더 말라 보였고 뇌로 전이된 암도 악화하면서 의식이 저하됐다. 시간과 장소,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질문을 했고 환자는 내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아시겠어요?”라고 묻자 환자는 “누구긴 누구야, 우리 예쁜 간호사 선생님이지”라고 답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보호자는 “말 한 마디를 안 하다가 간호사 선생님 오시니까 웃네”라며 함께 웃었다. 혈압을 재다가 눈물이 차오르는 걸 겨우 참았다. 내 서툰 모습에도 천천히 하라며 격려해주고 입사 후 처음 정이 들었던 환자였기에 더욱 마음이 갔다. 시간이 갈수록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눈에 보여 마음이 아팠다. 동기들에게 “이 환자분, 내가 근무할 때 임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환자는 점차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결국 DNR까지 받게 되었다. 의식이 온전하지 않은 환자를 대신해 가족들은 고민 끝에 중환자실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후 병실 밖에서 눈물을 흘렸다. 며칠 뒤 환자는 내가 근무하던 날 임종했다. 급하게 환자에게 뛰어갔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멍하게 환자 얼굴을 바라보는데 다른 선생님께서 문을 열고 들어와 “선생님, 맥박과 동공반사 확인했어요?”라고 물었고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해야할 일들을 했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느껴졌던 환자의 임종에도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가 없어 씁쓸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연명의료중단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남은 날들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적절하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실무 능력,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 능력,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종양내과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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