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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건강이야기
마지막 창밖 풍경 저자 : 내과간호1팀 김유경

 

2020년 7월, 출근길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환자가 있었다. 췌장암 말기 환자로 호흡부전이 발생해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분이었다. 입원 첫날부터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환자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고 3일째부터는 췌장, 간, 신장이 차례대로 망가지며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고농도의 이뇨제 투약에도 소변이 안 나왔지만 환자는 “왜 그런 것이냐” “소변이 안 나올 리가 없다”라며 악화된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담당 의사는 환자가 소생할 수 없는 상태임을 가족들에게 설명했지만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입원 6일째부터는 섬망이 발생하면서 환자가 산소 줄, 소변 줄을 뽑으려 하며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막무가내였고 가족들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제지하지 못했다. 환자를 간호하는 나 역시 몸과 마음이 점점 힘들어졌다.

 

“도와주세요!” 어느 날 콜벨이 울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환자가 침대에서 내려와 모서리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 순간 그의 행동을 제지하기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 보기로 했다. 의식과 의지가 있는데도 모두가 자신을 억제하는 상황, 임종이 다가오는데 천장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힘들고 답답했을 것 같았다. 안타깝게 느껴졌다. 환자가 잠시만이라도 천장이 아닌 밝은 창밖 풍경을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곧바로 휠체어와 이동식 산소통을 가져왔고, 비록 병실 밖으로 나가진 못했지만 휠체어에서 가족과 함께 밖을 바라보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환자와 가족 모두가 평안해 보였다.

 

환자가 임종을 맞이한 뒤 따님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왔다.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세심한 배려에 감동받았고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환자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에 그들의 기억 속에 좋은 간호사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게 스스로 뿌듯했다. 이 편지를 받은 이후에는 환자들의 몸을 낫게 해주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것이 간호사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내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많은 칭찬의 글이 돌아왔고, 지난해 3분기 고객칭찬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간호사의 소명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바쁜 업무 속에서 종종 지치기도 하고 짜증도 나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가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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