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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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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같은 간호 저자 : 암병원간호2팀 김민정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 김춘수 ‘꽃’의 일부분이다. 2018년 신규 때 내 목표는 환자분들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고 그들에게 내 간호가 몸짓이 아닌 꽃이 되는 것이었다. 신규 간호사였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미숙한 간호일지라도 그들에게 기쁨이 되는 것이었다. 이 목표 하나만을 생각하며 힘들어도 참고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몸짓이 아닌 꽃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항상 큰 가방을 들고 “입원 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화학요법을 받으러 오시는 한 환자분은 온몸이 황달로 노랗게 됐고 배는 복수로 팽만했다. 또 다른 환자는 웃으면서 “이곳이 죽음의 문턱이에요”라고 농담조로 말한 적이 있다. 환자들이 건네는 말의 무게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환자들과 함께 겪으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하루의 무게가 얼만큼 무겁고 절실한 지 느끼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들에게 꽃과 같은 의미 있는 간호를 하겠다는 목표가 더 확고해졌다.

 

췌장암을 앓던 환자는 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한 달 넘게 입원 중이었다. 매일 꽃 그림을 색칠하면서 시간을 보낸 환자는 퇴원하기 전까지 그림을 완성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출근할 때마다 색칠되어 있는 꽃들을 보며 그날의 통증 정도를 예상할 수 있었다. 통증이 어느 정도 조절되면서 퇴원을 앞두고 약속한 날이 조금 더 빠르게 다가왔다. 퇴원 날에는 내가 출근하자마자 아름답게 색칠되어 있는 꽃 그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퇴원 예정일에 맞추어 열심히 색칠했다고 말씀해주셨던 환자에게 너무 감사했고, 한편으로는 우리 약속이 환자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죄송스러웠다. 그 이후로도 그 환자는 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다른 병동으로 입원을 했고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것 같다며 찾아 오셨다. 마지막으로 직접 만든 꽃 모양의 수세미를 선물로 주며 오히려 내게 꽃이 되어주었고 통증이 없는 곳으로 떠났다.

 

꽃 그림은 아직도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다. 일이 힘들거나 지친 하루를 보낼 때 나는 가끔 꽃 그림을 찾아본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이 일을 매일 내가 계속 해도 괜찮은지,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환자들이 내게 준 기쁨들이 용기가 되어준다. 나는 몸짓이 아닌 꽃이 되어주기 위해 환자들과 어제라는 추억을 만들었고, 환자들은 나에게 큰 기쁨이라는 오늘의 꽃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나는 인생이라는 큰 길을 환자들과 함께 매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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