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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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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주사실에서 저자 : 외래간호1팀 윤지현 과장

숨 가쁜 주사실에서

 

여느 때처럼 주사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쉴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불안한 표정의 부부가 대기 중이었다. 아내는 주사실을 두리번거렸고 남편은 옆에서 그런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부부였기에 더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주사 맞을 순서가 되어 호명하자 손을 꼭 잡은 부부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진단명은 뇌종양이었고 나는 항암제를 준비했다. 암병동에서 17년간 근무하다가 주사실로 근무지를 옮겼을 때였다. 젊은 나이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후 감당하기 힘든 절망과 어린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남은 삶에 대한 두려움은 부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더욱 힘이 되고 싶었다. 긴장을 풀어주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항암제의 부작용과 주사 스케줄에 대해 설명했다. 부부는 처음보단 한결 긴장을 덜어낸 듯했다. 걱정과는 달리 1, 2차 항암제를 무사히 맞았고 환자와의 친밀감은 더욱 깊어져 갔다.

3차 항암을 맞으러 왔을 땐 환자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듯했다. 보호자의 어깨에 기대앉은 모습도, 힘없어 보이는 얼굴도 그녀의 심상치 않은 상태를 말해주었다. 평소보다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으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기운도 없고 속이 불편해 먹은 것이 없어 많이 지쳤다고 했다. 예정대로 항암제를 투약하려고 하자 헛구역질을 하던 환자는 구토를 시작했다.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나는 곧바로 보호자를 진정시키고 환자에게 구토 봉투를 건넸다. “괜찮아요. 일시적인 증상이에요. 금방 사라질 테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보호자는 아내가 항암제를 맞아도 될지 걱정했다. 나는 항암치료 중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며 항암제를 중단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항암제를 맞기 시작한 후 수시로 환자와 보호자를 살피며 격려했다.

이후 몇 번의 항암을 더 진행했지만 환자는 언제부턴가 예정된 스케줄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항암 스케줄이 잡혀있는 날이면 ‘오늘은 오시려나?’ 기다려졌다. ‘무슨 일이지? 입원한 건가?’ 하는 걱정도 앞섰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데 잘 지내겠지’라며 혼자 위안하기도 했다. 몇 달 후 내게 칭찬 카드 하나가 전달됐다. 내용만 봐도 누가 쓴 건지 알 수 있었다. 그 환자의 남편이었다. 하늘나라로 간 아내 대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 항암제를 맞기 위해 주사실에 갔을 때 불안해하는 아내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덕분에 주사실에 올 때마다 감사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내가 항상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했다면서 웃는 모습을 잊지 못할 거라고 했다.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환자는 왜 그리 빨리 떠났을까. 더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한편으론 간호사로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나도 당신의 웃는 모습을 영영 잊지 못하리라.

외래 주사실로 이동했을 당시 말도 못할 만큼 바쁘게 돌아가는 주사실에서 내가 과연 진정한 간호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면 일반 병동처럼 24시간 같이 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간호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어디에 있든지 매 순간 최선의 간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여전히 멋진 간호사가 되고 싶게 만든 당신, 멀리서 감사를 전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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