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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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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응원 저자 : 홍누리

따뜻한 응원

 

느닷없이, 혹독한 소식이 전해졌다. 아홉 살 딸 아이의 두통과 구토의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것이다. 지역 병원에선 수술을 권유했다. ‘지율이(가명)를 위한 최선이 뭘까?’ 망설이던 순간, 친정 부모님을 치료하며 신뢰를 쌓은 서울아산병원이 떠올랐다. 즉시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이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가자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런데 뇌 검사 결과보다 먼저 들린 소식이 있었다. 직전에 들른 지역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빠르게 재검사가 진행되었다. 줄곧 음성이었던 지율이는 양성으로 뒤바뀐 판정을 받았다.

 

낯선 두려움 속에 만난 등대

병실에 보호구를 착용한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낯선 상황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진통제의 힘을 빌려 겨우 잠든 아이에겐 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아픈 아이 혼자 격리되면 어떡하지? 뇌출혈 치료가 미뤄지면 큰일 날 텐데….’ 숨통이 조여왔다. 그때였다. “어머니, 저예요. 놀라지 마세요.” 익숙한 목소리에 보호구 속의 눈을 보니 서동옥 레지던트였다. 망망대해에서 등대 불빛을 본 듯했다. 믿고 따를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서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수간호사, 소아청소년과 이진아 부교수가 모든 상황과 필요한 조치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린 소식이 전해졌다. “격리실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셔도 좋아요.” 대신 24시간 방호복과 장갑,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고 철저하게 규정을 따라야 했다. 지율이와 내가 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병원에 고맙고도 미안했다.

동선 파악 절차와 여러 기관의 확인 전화, 음압병실로의 이동….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적막한 밤이 찾아오자 눈물이 쏟아졌다. “저도 지율이와 비슷한 나이의 딸이 두 명 있어요.” 간호사의 한마디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공감해주는 이가 곁에 있으니 내일을 감당할 용기가 생겼다.

 

보이지 않는 곳에도 마음이 있었다

지율이의 머릿속에 터진 피가 저절로 흡수되길 기다렸다. 뇌가 부어 정확한 출혈의 원인을 찾기는 아직 어려웠다. 일단 뇌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설명에 안심하면서도 아이가 두통을 호소하면 무슨 수를 써야 하는 게 아닌지 조바심이 들었다. “만약의 경우 음압병실에서도 응급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어요. 코로나든, 뇌출혈 치료든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실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방호 조치된 의료 기기가 들어왔다. 음압 공간에서 MRI 검사도 가능했다. 치료에 대한 신뢰는 한층 두터워졌다.

다행인 건, 코로나로 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없었다. 뇌출혈로 인한 통증도 나날이 줄었다. 지율이에겐 매일 반복되는 코로나 검사와 채혈이 가장 큰 괴로움이었다. 아직은 주삿바늘과 검사가 무서운 아홉 살 아이였다. “내일도 코로나 검사를 빠르게 해주는 ‘3초 선생님’과 한방에 주사를 꽂는 ‘채혈왕 선생님’이 들어오셨으면 좋겠다!” 보호구에 가려져 의료진의 얼굴과 이름을 알 수 없어 친근한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지율이가 기다린다는 이야기에 채혈왕 선생님이 일부러 지원 나오신 거래.”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소아청소년과 박세라 선생님은 보호구를 착용하는 데 20분이나 걸리는데도 자주 찾아오신 거고.” “주말에도 오셨잖아!” “그랬지! 수십 명의 간호사 선생님은 혹시나 엄마도 감염될까 봐 병실 안팎에서 그림자처럼 지켜보고 계셔.”

삭막할 뻔했던 격리 생활은 의료진 덕분에 참 따뜻했다. 잠든 사이에 고글이 삐뚤어지자 조용히 다가와 고쳐 씌워주고 가던 의료진의 뒷모습, 마스크 고무줄에 귀 뒤편이 짓무른 것도 몰랐을 때 도착한 밴드 선물, 마음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이름도 밝히지 않고 놓고 간 커피 등. 감사한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핸드폰에 기록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치료비 걱정이 앞설 땐 사회복지팀의 지원이 이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과 코로나19라는 불행이 찾아왔지만 서울아산병원이라는 행운을 만나 견딜 수 있었다.

 

고마워요, 다가와 줘서

5월 2일. 음성 판정을 받은 지율이는 드디어 33일간의 격리 생활을 마쳤다. 주말임에도 의료진과 직원들이 나와 배웅해 주었다. 보호구가 없는 첫 대면이었다. 기억 속의 눈빛을 단서 삼아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잘 이겨 내줘서 우리가 더 고마워요”라는 토닥임에 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코로나19에 대해 찾아보니 정말 무서운 병이더라고요. 의료진도 지율이에게 다가가기 겁나지 않았을까요?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잖아요. 이런 분들이 지율이의 곁을 지켰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엄마의 눈물이 지율이는 의아한 듯했다. “엄마, 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코로나19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는데?”

지율이에겐 뇌출혈 검사와 치료가 남아있다. 6월 3일 외래에 온 지율이는 직접 쓴 편지를 들고 156병동을 찾았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일제히 “지율아~”하며 반겼다. 이들과 병실에서 함께 춤추고 그림 그리던 추억으로 지율이는 아팠던 기억을 모두 지운 듯했다. 앞으로 어떤 치료가 기다리더라도 행운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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