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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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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구성 저자 : Storytelling Writer 이경진

“어머나!!” 소아외과계 아이들이 모여있는 136병동 복도에 K 간호사의 목소리가 퍼진다. 폴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줄을 정리하던 그가 깜짝 놀라 뒤돌아 보니… 그의 엉덩이를 살짝 꼬집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남자아이. 은찬이다.  “은찬이가 이래요… 이리와. 이 못난이가…” 아무리 화난 표정을 지어도 은찬이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귀엽고 앙증맞은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에 K 간호사의 얼굴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이 흘러나온다.  
 

은찬이와 은찬이의 엄마 및 병원 사람들의 모습



가족은 선택이 아니라 선물


은찬이와 은찬이 엄마, 미선씨가 살고 있는 집은 7년째 서울아산병원 신관 136병동의 침대 한 칸이다. 그 좁은 집 아래 옷가지며, 식기도구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식도협착으로 생후 5일째 되던 날 첫 수술을 받은 은찬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협착이 재발하는 탓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위루관으로 영양을 공급받고, 침을 삼킬 수가 없어 매번 식염수통에 뱉어야 한다. 그래서 영양주사가 달린 폴대와 한쪽 팔에 꼭 안은 식염수통이 은찬이의 트레이드 마크다. K 간호사를 향해 티없이 웃는 귀여운 아이의 가슴에는 7년이란 긴 세월의 증거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수술자국이 남아있다. 늘 아픔 속에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은찬이.
첫 수술을 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지켜본 수술간호팀 김유진 간호사는 은찬이의 이런 씩씩함이 미선씨로부터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볼 때마다 존경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한결같이 의연하시고, 극복하려는 의지도 강하세요. 그런 어머님의 모습이 아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이제는 마취 유도 전까지 은찬이가 어머니를 위로해요.”  

빗방울이 병원 창문을 두드리는 날이면 “오늘 아빠 와?” 은찬이는 아빠를 찾는다. 은찬이 아빠, 현주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옷이며 과일 등을 판다. 은찬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미선씨와 현주씨는 통닭가게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조류독감의 여파로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아야 했다. 아픈 은찬이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던 현주씨는 친구가 하던 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장사하기 어려운 비 오는 날이면 은찬이를 보러 병원에 오곤 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아빠의 발길이 뜸해졌다. 단속에 걸려 물건을 압수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빚이 늘어나 현주씨는 비가 오는 날에도 장사를 하러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아빠는 언제나 은찬이 생각뿐이다. “우리 가족 꼭 언젠가는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해요.”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그림이다.  



새로운 가족 탄생기 


누군가 이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해 준다면, ‘그 가족은 분명 절망적일 거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미선씨, 자기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란다. 평소 찾아오는 가까운 친척도 한 명 없다는 미선씨에게 인복이라니? 은찬이가 태어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가족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한 사람들. 바로 신관 136 병동 의료진과 같은 아픔을 이겨내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병동 가족들이다. “미선 언니, 이리 좀 와봐.” 병실 문 밖에서 부르는 손짓을 따라간 곳에는 조촐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밥상이 차려져 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은찬이 생각에 언제나 구석에 숨어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미선씨를 위해 병동 엄마 몇몇이 준비해 놓은 것이다. “찾아오는 가족이 없다는 걸 아니까… 명절 때가 되면 우렁각시처럼 명절 음식들을 가져와 은찬이 침대에 몰래 올려놓고 가는 엄마들도 많아요.” 

은찬이가 수술받는 날, 차가운 대기실에 혼자 앉아 있는 미선씨가 걱정돼 근무를 마치자마자 내려와 새벽까지 옆에 있어주는 L 간호사. ‘다른 어머님들께 죄송해서요.’ 은찬이 생일 때면 생일 케이크를 몰래 건네는 J 간호사. 잠시 퇴원해 집에 간 은찬이가 보고 싶어 익산까지 내려왔던 O 간호사. 그리고… 은찬이를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며, “미안하다. 빨리 고쳐주지 못해서…” 마음 아파 눈물 흘리는 김대연 교수. 이들도 긴 터널 속 외롭고 답답한 시간을 견디는 은찬이네 가족이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동행하는 가족들이다.  

“재작년에 잠깐 퇴원한 적이 있었어요. 병원으로 다시 돌아올 걸 알면서도 배웅하러 나온 136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니까 눈물이 와락 쏟아지더라고요. 병동을 나가면서 선생님들이랑 같이 지냈던 순간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내가 참 이분들에게 많이 의지했었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일이다.’ 


태어나 줄곧 병원에서만 살아온 은찬이는 세상을 잘 모른다. 병원이 은찬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다. 그런데도 은찬이는 가르쳐 주지 않은 일을 곧잘 해낸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편견 없는 미소로 처음 만난 사람을 환영하고, 동생들과 있을 때는 제법 형처럼 의젓하게 군다. 간호사 선생님들이랑 이야기할 때는 말도 영감(?)처럼 잘한다. 짱구 춤도 잘 추고, 요즘엔 싸이 말 춤으로 병동 사람들에게 웃음도 준다. 사랑스러운 은찬이. 은찬이는 마음 따뜻한 가족들을 만나 세상을 배우는 중이다.  


내가 은찬이를 즐겁게 해줘야 하는데 아침부터 은찬이가 날 웃게 하는구나~
넌 정말 날개 없는 천사야~!!! 춤도 어찌나 매력적으로 추는지… 우리 은찬이 언능 나아서 선생님이랑 엄마랑 손잡고 오겹살 먹으러 가자~~^--------^
                                                                                                                   - 2011년 136병동 간호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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