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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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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 부부 이야기 저자 : Storytelling Writer 윤정화

산골부부그림


6월


가보지 않고는 그곳의 아름다움을 말 할 수 없다. 동강의 쪽빛 강물이 흐르고 석회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땅에는 하얀 감자 꽃과 보라색 토끼풀 꽃이 지천이다. 재수가 좋으면 보호종인 동강 할미꽃도 볼 수 있다. 가리왕산은 순한 연두 빛으로 뒤덮였다. 6월 어느 날 찾아간 강원도 정선은 눈길 닿는 곳마다 맑은 기운이 넘쳤다.

이렇게 산좋고 물 좋은 마을에 6월의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50대 부부가 산다. 부부는 ‘국내 처음’으로 신장과 간을 모두 기증했다. 10년 전 남편이 먼저 신장을 기증하고 5년 전에는 남편이 간을, 아내가 신장을 기증했다. 다시 5년 후인 지난 5월 27일 아내가 간을 기증했다. 살아서 줄 수 있는 장기는 간, 신장, 골수다. 골수기증은 40세 이전에만 할 수 있다. 이들 부부가 살아서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떼어 준 것이다.


천사


남편 조성현씨(55)는 정선읍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아내 전형자씨(53)는 정선읍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생활하는 주부다. 성년이 돼 집 떠나 공부하는 아들 둘이 있다. 간 기증 수술은 상복부를 열어 일부를 절제하는 제법 큰 수술이다. 통증도 심한 편이다. 아내를 찾아간 것은 퇴원한 다음날이었다. 움직임은 다소 불편해보였지만 필자에게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아내가 쿠션을 등에 기대고 앉으며 옆구리가 조금 결린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의 한마디, “꾀병이예요 꾀병”. 농담이라고 해도 듣는 필자는 야속하기만 한데 아내가 웃으며 받는다. “자기가 먼저 해봐서 안다 그거죠 호호”. 어쩐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짓궂은 천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건가 싶은데 아내가 다시 필자를 인간 세상으로 끌어내린다. “제가 좋아서 한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연로하신 친정 부모님 속 썩인 거 생각하면 마음 아파요. 저도 제 자식이 하겠다고 하면 말릴 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부모 마음이니까…” 그들도 누군가에겐 귀한 아들, 딸이다.

결심


젊은 시절 남편은 토목직 공무원으로 현장을 따라다니며 술과 담배를 달고 살았다. 체중은 90킬로그램. 그런데, 서른다섯에 복병을 만났다. 위암을 진단받은 것이다. 큰 아들 네 살, 작은 아들 세 살 때다. 다행히 조기위암이라 위의 3분의 2를 잘라내고 1998년 관해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투병기간 동안 주변으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일일이 셀 수 없는 도움과 기도들. 그 빚을 갚고 싶었다. 큰 병을 앓고 보니 아픈 사람의 절박함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2001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신장 기증을 신청했다. 아내는 처음에 그런 남편이 미웠다. 겨우 살려놨더니 멀쩡한 신장을 떼겠다니…. 그러나 남편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술 먹고 도박하고 나쁜 짓도 하는데 좋은 일 하겠다는데…. 아내는 결국 받아들였다. 그렇게 신장을 기증한 남편은 곧이
어 아내에게 간을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도 아내는 기가 막혔다. 아내는 한동안 눈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심을 한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나도 함께 하자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도에 대한 응답을 들은 듯 했고 신장 기증 후 삶에 대해 진지해진 남편의 모습이 계속 아내의 마음을 매만진 것이다.

여행


2006년은 부부가 결혼한 지 20주년 되는 해였다. 남편이 공무원으로 20년 근속해 열흘간의 특별 휴가를 받은 해이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주 특별한 휴가를 털어놓는다. “나는 능력도 없어 선물도 못 사주고 여행도 못 보내주니까 둘이 손잡고 천국 여행이나 다녀옵시다.” 그해 6월, 두 사람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남편이 먼저 간을 기증하고 아내가 간병을 한 다음, 남편이 회복할 즈음 아내가 신장을 기증했다. 아내는 이때가 결혼 생활 중에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고백한다.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 병수발에 아들 둘 연년생으로 낳아 키우고 남편 병수발까지. 전쟁과도 같았던 시절을 살아내느라 부부의 운우지정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삼시 세 끼 같이 밥 먹고 손 꼭 잡고 운동하러 다녔다. 환자복을 입은 남편은 아내 병실 보호자 침대에서 새우잠
을 자며 아내를 보살폈다. 남편이 천국 여행을 다녀오자던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아내가 천국을 경험한 것은 또 있었다. 당시 아내는 자신의 신장을 받은 환자를 소문으로 알게 됐다고 한다. 병실 밖에서 빠끔히 열린 문을 통해 멀리 누워있는 환자를 봤다. “그 때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빨리 일어나라고, 빨리 건강해지라고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게 되고… 뭔가 차오르는 벅찬 느낌 같은 거…”

헌신


필자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기어이 아내에게 부탁을 하고야 말았다.
“외람되지만 얼마 전 수술한 자리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아내는 자신도 아직 수술 자리를 보지 못했다며 같이 보자고 한다. 상처를 덮고 있던 거즈를 찬찬히 떼어낸다. 상처가 드러났다. 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필자의 심장에 바늘 수 십 개가 와서 박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한참동안 호를 해드리고 싶었다. 아프지 말라고 제발 아프지 말라고…. 생살을 떼어내 다른 생명을 살리는데 왜 고통이 없었겠는가.

너무나 당연한 사실
이지만 부부의 밝은 모습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다. 그렇게 필자의 눈빛은 흔들리는데 그녀는 오히려 담담하다. “예쁘게 잘 꿰매 주셨네” “정말 괜찮으세요?” “이 나이에 새로 시집갈 것도 아닌데 뭐 호호. 이제야 숙제를 다 한 것 같아 홀가분해요. 다른 사람한테 꼭 필요한 거 욕심 부리며 움켜쥐고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남편이 따뜻한 미소로 아내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장기 기증이 지상의 어떤 보약보다 낫다고 자랑한다. 최상의 장기를 주기 위해 건강에 남다른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아내는 지난 3월 간 기증을 결정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좋아하던 커피도 끊었다. 자연이 주는 영양 듬뿍 담긴 음식만 골라 먹었다. 나쁜 생각은 하지 않고 맑고 좋은 생각만 했다. 수술 후에도 건강에 나쁜 건 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프면 수혜자 마음이 무거워질까봐 그렇단다.

부부는 뇌사 후 장기기증과 시신기증도 서약했다. 내 몸의 일부를 떼어주는 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부부가 내놓은 사랑을 세상이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신 기도로 매일 만나는 그 분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천사임을 빨리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몸에 남다른 표식까지 해두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천상의 사랑을 보여준 두 분이 오래 오래 건강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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