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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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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병동, 수능을 보다 저자 : 윤정화

고등학생 학생증을 내밀며 열심히 투병해서 내년에 꼭 합격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는 J군과 뇌종양으로 아이들걱정에 항상 울보아저씨는 나도 이제 울지않겠어 다짐을 하며 있는 모습


어느 날 갑자기 !
삶은 때로 친절하지 않다. 방송기자를 꿈꾸던 모범생 J군(19)에게도 그러했다. 꿈을 향해 한 발 내딛는 수능을 한 달 여 앞둔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구토가 시작됐다. 검사결과, 그의 뇌 속에 제법 큰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뇌압이 갈수록 높아졌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능을 보느냐 마느냐는 고려사항이 될 수 없었다. 시험은 다시 볼 수 있지만, 병은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수술 날짜가 잡혔다. 수능시험 사흘 전이었다. 왜 이 중요한 시점에, 왜 그런 병이 생기는지 누구도 설명해 줄 수 없는 순간, 친절하지 않은 삶의 순간은 그렇게 열아홉 살 청년을 찾아왔다.


J군의 도전
열 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이제 무사히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J군은 부모님께 선물처럼 다시 돌아왔다. 또렷한 정신으로 깨어난 그는 후유증도 없었다. 그런데 수술 다음날, 수술을 집도한 김정훈 교수(신경외과)는 중환자실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J군이 수능 시험을 보고 싶다고, 허락해달라고 또박또박 말한 것이다. 시험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평소 환자들에게 다정다감하기로 소문난 김 교수지만 선뜻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중환자실을 나온 김 교수는 비슷한 또래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J군 이야기를 했다. 친구 같은 아들은 제법 의젓하게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제가 그 환자라도 시험 볼 거예요. 그 날 하루를 위해 12년 동안 달려온 거 쟎아요.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했다면 더 보고 싶겠죠. 안보면 후회할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김정훈 교수는 J군의 도전을 허락했다. 곧이어 그는 164병동으로 옮겨졌다.


164병동의 기도
시험 하루 전날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164병동 의료진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시험지가 각 고사장에 배포된 상황이라 병원에서 시험을 볼 수 없었다. 의료진은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교장선생님이 병원에서 가까운 고사장 교장선생님께 직접 전화를 걸어 보건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변준호 레지던트는 J군의 수술부위에 이상이 없는 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날 밤, J군에게 수혈 바늘을 꽂아야 하는 김준우 간호사는 난감했다. 수혈을 하려면 혈압도 재야하고, 수혈 시작 15분 후 환자를 깨워서 확인할 것도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깨우며 한마디, “미안해. 시험 보려면 푹 자야하는데…”

어수선한 밤이 지나고, 드디어 시험 당일 아침. 신용순 임상간호사가 J군을 따라가겠다고 손을 들고 나섰다. 그녀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련해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환자복 입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J군이 병실을 나서자 164병동 모든 의료진이 그를 배웅했다. 그리고 앰뷸런스 타기 직전, 심지수 간호사가 수줍게 뭔가를 내밀었다. ‘화이팅’이라고 적힌 초컬릿이었다. J군은 잘하고 오겠다고 활짝 웃으며 고사장으로 떠났다. J군을 보내고 문남경 간호사는 사내 지인들에게 한 통의 메일을 쓴다. J군의 사연을 소개하고 기도해달라고 했다. 기도 내용까지 친절하게 적었다. “다 배우고 공부한 내용이 생각나게 하시고, 문제의 답을 정확히 쓰게 하시고, 시험 보는 동안 경련하지 않도록, 수술부위가 아프지 않도록, 그리고 아이와 부모님 마음이 평안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신'의 다른 이름, 어머니
어머니는 아들을 말릴 수 없었다. 후유증 없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던 아들이 맑은 정신으로 수능을 보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다. 고사장까지 따라간 어머니는 아들을 보건실로 들여보내고 차에서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2교시가 끝나갈 무렵, 아들이 어머니를 찾았다. 시험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J군은 문제를 이해하기도 어렵고, OMR 카드로 옮겨 적는 것을 무척 힘겨워했다고 한다. 보건실에 들어서는 어머니를 붙잡고 아들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죄송하다는 한마디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착한 아들, 뭐가 죄송해. 무사히 깨어난 것만 해도 엄마는 너한테 감사해. 시험은 다음에 보면 되지. 괜찮아…” 울고 있는 아들을 달래기 위해 애교(?)도 부렸다. “뇌수술하고 이틀 만에 수능 본 장한 아들은 세상에 우리 아들밖에 없을 거야. 안 그래 아들?” 어머니는 미소 짓고 있는데, 지켜보는 이들은 눈물이 났다. 슬퍼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이 목에 걸려서다. 신이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어서 만든 이가 어머니라고 했던가.


‘희망’의 아이콘
J군의 도전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날 이후 164병동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64병동에 울보 아저씨가 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아버지인 그는 갑작스레 뇌종양 진단을 받고 아이들 걱정에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신용순 임상간호사는 그에게 J군의 도전을 전해주었다. 열아홉 청년도 그렇게 씩씩한데, 아버지는 더 씩씩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다.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는 거짓말처럼 눈물을 멈췄다. J군이 희망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수능 시험 나흘 후 병동에서 J군을 다시 만났다. 고사장에서 풀죽어 있던 J군은 더 이상 없었다. 그는 고등학교 학생증에 붙은 잘 생긴 사진을 필자에게 내밀었다. 열심히 투병해서 내년 시험을 잘 보겠다고 한다. 필자는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다. “아니요. 오히려 안 봤으면 후회했을 거예요. 원망도 하구요. 거기가 끝이었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시작하면 되지요. 그 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정말 감사하다고 꼭 써주세요.” 열아홉 청년에게 인생의 지혜를 또 한 수 배운다. 그래,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필자도 J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널 위해 두 손을 모았던 많은 이들의 기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힘내라 힘! 파이팅!!!”


                                                                                                    

Storytelling Writer 윤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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