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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건강이야기
비행기타기 전에 알아두세요 저자 : 곽인호 교수

 

 

항공성중이염

 

몇 일전 24세 외국인 여자 환자가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이틀 전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가 하강하는 과정에서 왼쪽 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고 한다. 진찰을 위해 귀를 들여다보니 고막이 새빨갛게 울혈되고 팽창되어 부어있었다. 환자는 한국으로 오기 며칠 전부터 목감기가 있었다고 하며 그 이외의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다. 특징적으로 왼쪽 귀의 통증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20분 전부터 시작됐다는 이 질환의 진단은 ‘항공성 중이염’이다. 항공성 중이염은 일반적으로 생기는 중이염의 발생 기전과는 판이하게 틀리다. 일반적으로 중이염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시작되는 감기로부터 생기는 하나의 합병증으로 간주하면 된다.


중이염은 목 안 뒤쪽에 편도선 후방에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이라는 통로를 통해 염증이 파급되어 중이까지 감염이 되는 경우이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상승할 때는 유스타키오관의 통로가 구조상 비교적 잘 열린다. 그렇지만 비행기가 하강할 때는 문제가 다르다. 유스타키오관의 통로가 잘 열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목감기 같이 편도선이 부었거나 목이 전체적으로 많이 부어 있을 때는 유스타키오관 통로의 개구 부위가 막혀 뚫리지 않게 돼 중이의 내부 압력과 외기 압력 간의 차이는 점점 커진다. 따라서 비행기 하강시 지상 압력이 점차 커지므로 중이로 연결되는 고막에 엄청난 압력이 외부로부터 가해진다. 이러한 압력 차이로 인해 고막 손상, 때로는 고막 파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위의 외국인 환자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저산소증

 

사람은 1만 피트 이상의 고도에 급격하게 도달하면 생리적으로 산소가 모자라게 되는 ‘저산소증’ 상태에 빠진다. 지상에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는 점점 희박해진다. 고도가 상승함에 따라 압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산소 분압도 떨어진다.


우리 몸에 산소가 모자라면 일종의 빈혈 상태가 유발되어 몸의 기능이 저하된다. 비행기 안에는 여압장치가 있어 압력을 조절하고 기내 환경의 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특정한 고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적으로 비행기가 3만 피트 이상의 고도에서 비행을 하더라도 이 여압장치 덕분에 기내의 고도는 불과 6천에서 8천 피트 사이를 유지하게 된다. 외기의 물리적인 영향을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저산소증 같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도 사전에 방지하게 되는 것이다.


건강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비행하는 때는 큰 지장이 없지만 주요 장기인 뇌와 심장, 폐에 질환이 있는 환자인 경우에는 산소가 모자라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비행을 할 수가 없다. 여압장치로 기내 고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산소 공급을 지속적이고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비정상적인 신체 조건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산소 부족이 허약한 환자의 상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 항공사는 환자를 ‘허약 승객’으로 분류하여 기내에서 산소 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조치해 준다. 환자는 ‘저산소증’이라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편안하게 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항공성 부비강염과 장 팽창

 

 

비행을 하여 높은 고도에 도달하면 외기의 떨어진 분압에 반비례하여 부피가 늘어난다. 우리 몸에는 가스가 존재하는 곳이 크게 세 군데가 있다. 귀의 중이, 부비강, 그리고 장이다. 앞서 말한 대로 중이와 같이 부비강도 염증이 있어 막혀 있는 경우 압력 형성의 차이로 인해 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주로 양쪽 눈 사이, 이마, 눈 아래쪽에 갑작스런 통증은 ‘항공성 부비강염’을 시사할 수 있다. 


장은 위장, 소장, 그리고 대장 모두 다 해당된다. 고도의 상승에 따라 압력이 떨어지면 부피가 팽창하게 되는데 장내에는 가스가 존재하므로 같이 장 팽창이 일어난다. 비행 도중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자주 끼게 되는 것도 장내에 있던 가스가 지상에서보다 팽창하다보니 배출되는 장소가 입과 항문이어서다. 문제는 평소 장이 안 좋아서 가스가 많이 형성되거나 부분적으로 장폐쇄가 있는 경우, 원활하게 가스가 배출되지 않고 가스 팽창으로 인한 압력이 장에 가해지므로 심한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하게 설사를 한다거나 복통이 있는 경우에는 비행하면서 악화되기 때문에 장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된 이후에 비행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장내 가스를 유발하는 음식 중 콩 종류, 사과, 배추, 무, 양파, 마늘 등을 피하고 급하게 식사하거나 껌을 씹는 경우 불필요하게 공기를 삼키게 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탈수와 다리 부종

 

 

 

비행기 안의 환경은 무척 낮은 10%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게 된다. 지상에서 습도가 80~90% 유지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 낮다. 습도가 낮으면 우리 몸의 60~70%가 수분으로 이루어진 만큼 몸에서 수분이 손실된다. 따라서 피부도 건조해지고 입이 마르게 된다. 코도 건조해지고 눈도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기내에서는 수시로 물이 제공된다. 탈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 대신 너무 지나치게 술이나 커피, 차, 콜라 등을 마시면 오히려 탈수가 조장이 되므로 가급적 삼가하는 것이 몸을 보전하는 최선의 방지책이며 자주 물을 마셔야 한다. 


비행하면 일어나는 현상 가운데 흔한 것이 다리가 붓는 것이다. 오랫동안 서 있거나 비행기에 앉아 있는 경우처럼 다리 운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다리가 부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행기 안에서는 수시로 움직여 주고 매 시간마다 다리 근육을 운동시키는 것이 좋다.


비행기로 여행하며 예상 밖의 문제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높은 고도로 인한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경미하거나 심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앞서 말한 저산소증, 압력의 변화, 습도 감소, 혈류 장애 등을 유념하고 다음 여행시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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