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2일은 동지,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겨울 밤이 일 년 중에서도 제일 길다는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낮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옛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지를 ‘작은 설날’로 삼기도 했었다.
이날은 새알 모양의 떡을 넣은 붉은 팥죽을 쑤어 먹고, 팥죽 국물은 역귀(疫鬼)를 쫓는다 하여 벽이나 문짝에 뿌리는 풍속이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공공씨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해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기록이 전해온다(장영순, 한국의 여속, 1969). 우리 나라에서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액막이를 해온 풍습은 고려때 부터였다고「동국세시기」에 소개돼있다.
후∼후∼ 불어 먹으며 동짓날 긴긴밤을 풍요롭게 했던 팥죽의 영양학적 풍요도는 어떨까?

팥에는 전분이 약 55%, 단백질이 20%나 들어 있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lysine)등 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포함되어 있다. 또한 팥에는 비타민 B1, B2가 많아 탄수화물 대사를 순조롭게 한다.
특히, 비타민 B1은 피로회복에도 용이한데, 이는 당질이 근육내에 축적되면 피로해지기 쉬운데 이때 비타민 B1이 당질을 에너지로 변화시키므로 피로회복을 돕는 것이다. 더불어 비타민 B1은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화하는데 필요한 영양소이므로 체내 피하지방의 축적을 방지하여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팥에는 칼륨과 섬유소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칼륨은 체내에서 필요없는 여분의 나트륨을 배설시켜 혈압을 낮춰주고 이뇨를 촉진하여 부기를 해소하고 팥의 섬유소는 변통을 촉진하여 변비를 해소하게 한다. 그 밖에 떫은 맛의 일종인 사포닌, 팥 고유의 붉은색을 띠게 하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또 다른 영양적 열쇠를 쥐고 있다.
사포닌은 혈전을 용해하여 혈류를 용이하게 하는데 안토시아닌 역시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며 물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색소인 로돕신의 재합성을 활발하게 해서 망막 기능이나 야간의 시야를 향상시키는 등의 작용을 한다.
한 해의 액막이를 해온 동짓날의 「붉은색」 풍습은 역신을 쫓았는가 하면 질병을 쫓기도 한 샘이다. 심청이 눈먼 아버지를 두고 팔려가면서 ‘이제 내가 가면 우리 사당에 보름, 한식, 추석, 동지 차례상은 누가 차려 올리냐’며 울었다 한다.
큰 명절은 아니라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동지였기 때문이리라. 그런 동지가 요즘은 제 나이만큼 옹심이를 먹는 것도 이젠 잊혀진 풍습 중의 하나로 남겨진 듯하다.
날이 샐 시간도 그저 아득하기만 그 기나긴 동짓날 밤! 무쇠 솥에 껍질까지 흐물흐물해지도록 삶은 팥죽, 그 속에 찹쌀로 동그랗게 새알 모양으로 빚은 옹심이, 사르르 얼음이 언 동치미 한 사발이 함께 한다면 보다 훈훈한 밤이 되지 않을까 싶다.